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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강제추행으로 집행유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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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후배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오영수(80)씨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기소된 지 1년 4개월여 만이다.
1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단독 정연주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오씨는 2017년 8월 연극 공연을 위해 지방에 머물던 중 산책로에서 피해 여성 A씨를 껴안고, 같은 해 9월 A씨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2022년 11월 기소됐다.

오씨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달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오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진술과 그로 파생한 증거 외에는 이 사건에 부합하는 증거는 부족하다. 추행 장소와 시간, 여건 등에 비춰보면 범행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도 든다”고 주장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79·본명 오세강)가 15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79·본명 오세강)가 15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에 검찰은 “오씨가 피해자 요구에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딸 같아서’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도 “피해자가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진술 내용도 구체적”이라며 오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그 무렵 피해자가 작성한 일기 내용과도 일치하고, 일부 동료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당시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은 내용도 공소사실과 상당 부분 부합한다”며 “경험하지 않으면 그렇게 진술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피해자가 2021년 10월 뒤늦게 오씨를 고소한 이유에 대해서도 정 판사는 “(피해자는) 잊고 지내려고 했지만,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피고인이 자주 언론에 얼굴을 비추자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오씨의 답변에 화가 났다는 피해자의 고소 계기도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작품과 동료 배우 등에게 피해가 갈까 봐 사과했다”는 오씨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 판사는 “오씨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사실관계를 정정하지 않았고, ‘아껴주고 보듬어주고 싶었던 행동이 지나치게 간 것 같다’ ‘딸 같기도 하고 이성으로도 느낀 것 같고’라고 보낸 부분도 사회 통념상 자신이 한 행동을 시인한 취지로 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를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법원이 선고하는 동안 고개를 숙이거나 앞만 바라봤을 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재판이 끝난 뒤 심경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다가 항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만 “네”라고 말한 뒤  변호사 등과 함께 법원을 빠져나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깐부 할아버지'로 알려진 오씨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2022년 1월 미국 골든글로브 TV 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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