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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청와대, 통계 사전검열…부동산원 예산 없앤다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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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과 고용, 소득 통계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검사장 박재억)은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홍장표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등 11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이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조직적·권력형 범죄로 국가 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전면으로 침해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 국토부 관계자 등 7명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주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변동률)을 125차례에 걸쳐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한국부동산원에 변동률이 공표되기 전 매주 3회 대통령실에 미리 보고하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정책실장 등은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사전 검열하고 주택통계를 조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통계 조작은 주로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 부동산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원 임직원들은 사전 보고가 부당하다며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으나 김상조 전 실장은 “사전 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 텐데 괜찮겠냐”고 압박했다고 한다.

김 전 정책실장 등은 2019년 문 대통령 취임 2주년과 2020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조작했다. 그 결과 2017년 11월에서 2021년 7월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의 부동산원 주택가격 상승률 통계는 12%에 그쳤지만, 실거래가 상승률은 8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KB국민은행 변동률과도 최대 30%포인트 격차가 났다. 이로 인해 주택산정에 투입된 세금 368억원이 낭비되는 결과 초래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문 정부 청와대와 통계청이 고용통계도 조작했다는 입장이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고용통계 조사에서 비정규직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책 실패라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과 관계가 없는 다른 통계조사 방식 때문에 수치가 증가한 것처럼 왜곡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통계청은 대통령비서실 지시에 따라 보도자료 초안에 포함됐던 ‘2019년 10월 전년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가 86만700명 증가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대신 ‘전년도 통계와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통계조사 결과가 정부에 유리하도록 축소·왜곡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문 정부의 중요한 국정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통계가 조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가계소득통계 조사에서 소득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이를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통계청에 불법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 기초자료 제공을 지시했다. 정부는 홍 전 수석이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자의적으로 해석, 정책 성과 홍보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대전지검 서정식 차장검사는 “부동산 대책 실패로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일자리 정책에도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등 정부에 불리한 상황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비서실 주도로 장기간 국가통계를 조작하거나 왜곡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수현 전 실장은 “결코 통계로 국민을 속이려 한 적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과 검찰을 앞세워 집권 3년 차까지 계속하고 있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망신주기일 뿐”이라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한편 검찰은 통계법 위반의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너무 낮다며 입법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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