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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증원 발언’은 소송의 대상이 될까… 법원 달려간 교수들

중앙일보

입력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장(연세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이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협의회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취소소송·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1심 집행정지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장(연세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이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협의회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취소소송·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1심 집행정지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이 의대 증원을 신청했고, 정부는 신청 과정을 안내만 했을 뿐입니다.” (정부 측)
“각 대학이 결정한 거라면, 왜 대통령까지 나서서 ‘2000명에서 한 명도 못 깎는다’ 난리를 칩니까?”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측)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속 의대 교수 33명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한 심문기일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 심리로 열렸다.

전의교협 측 대리인은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과학적 근거도 없이 결정해 진행할 경우 발생할 의료 붕괴 및 국민적인 의료 실패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며 “법원이 막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긴급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아직 시작 단계일 뿐, 대학별 신청을 받고 개정하는 주요 절차가 남아있어 긴급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 연 2000명씩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지역간 필수의료 위기도 더 심화될 것이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①‘의대 2000명 증원 발표’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까

이들은 ‘2000명 증원 발표가 과연 행정소송의 대상인지’부터 다툰다. 신청인들이 문제삼는 건 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결정한다”라고 한 발언과 교육부 장관이 대학들로부터 희망 증원 규모를 받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한 것 두 가지다.

가처분 신청은 행정기관이 한 공권력의 행사(처분)를 상대로 “이게 그대로 이행될 경우 나(원고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니, 일단은 정지시켜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신청인인 정부 측은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 대리인은 “복지부는 심의 결과를 발표한 것 뿐이고, 교육부는 각 대학에 의사를 묻는 ‘신청 안내’만 했을 뿐”이라며 “대학별 정원 배정도 첫 절차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구체화될 예정인데 앞으로 어떤 효과와 불이익이 발생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들이 각자 여건에 맞게 증원을 신청하고, 정부는 심사 권고 및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청인인 전의교협 측은 “대학이 신청하고, 구체적인 건 앞으로 대학이 결정하고 정부는 안내하는 것 뿐이라면, 왜 대통령까지 나서서 ‘2000명에서 한 명도 깎을 수 없다’고 난리를 치냐”며 “처분성이 없으면 정부가 나서서 공공복리를 주장할 이유가 없다”고 맞받았다.

②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인가

교수들은 “의료 붕괴 우려”와 동시에 “지금 이 절차를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구체적 입시계획까지 발표해 수험생들에게 적용될 것이고, 그 때는 소송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것”이라며 “현재 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측은 “대학별로 인원이 늘긴 할지, 얼마나 늘어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교수 입장에서 가르치는 학생이 늘어나는 건 전혀 손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집행정지는 ‘개인적인’ 손해를 막기 위한 것이지 공익이나 제3자의 손해를 막는 것이 아니다”며 “신청인들의 개인적인 손해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③‘의대 교수’는 소송 낼 수 있는 당사자인가?

근본적으로 ‘소송을 벌일 원고가 될 자격이 전의교협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다르다. 전의교협 측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양질의 교육을 시킬 권리도 있다”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는 적법한 원고가 맞다”고 하는 반면, 정부 측은 “의대 정원 증원의 주체는 대학”이라며 전의교협에 자격이 없다고 했다.

법조계는 부정적… 전의교협 측 “대법원까지 다툴 것”

법조계에선 가처분 소송에 필요한 원고 적격,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처분성 등 요건에 미비한 점이 많아 각하 내지는 기각되지 않겠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일단 고시 내지는 법규 개정 등 명확하게 법적으로 내린 처분은 없기 때문에 행정소송 대상 자체가 되지 않아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방적 금지청구’같은 개념으로 청구한 듯 하지만, 행정소송에서는 ‘행정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법행위’라며 예전에 도입 논의가 중단됐고, 적법한 소송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중견 변호사도 “의대 교수들이 입을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뭔지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당사자라고 볼 수도 없어 원고 부적격으로 각하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의료계는 이 사건 소송 외에도 지난 12일 전국 의대생·전공의 대표 5명, 14일 전국 의대생·전공의 및 재수생을 포함한 수험생들까지 총 900여명이 같은 취지의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전의교협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는 “대통령의 ‘2000명 증원’ 발언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공권력 행사이고, 단순한 ‘가이드’수준이 아니다”며 “(의대 증원 2000명 강행은)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적인 행위이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법원까지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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