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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다리 앗은 음주운전자에…"조롱하나" 따진 판사,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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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에서 그라운드 돌며 팬들에게 유연수 선수. 사진 한국프로추구연맹

은퇴식에서 그라운드 돌며 팬들에게 유연수 선수. 사진 한국프로추구연맹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였던 유연수의 선수생명을 앗아간 30대 음주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형사공탁금 문제로 도리어 판사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14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이 A씨에게 선고한 징역 4년(법정구속)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낸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유연수의 경우 25살의 나이에 하반신 마비 등 영구적인 상해를 입고 은퇴했을 뿐 아니라 A씨가 2016년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재범한 점 을 고려하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A씨는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일찍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9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거듭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A씨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추후 참고자료로 보험금 지급 명세서를 제출할 예정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를 크게 다그쳤다.

재판부는 “보험금이 10억원이든 7억원이든 4억원이든 그게 (피해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건 보험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해 820만원을 형사공탁했는데 피해자를 약 올리는 것이냐, 조롱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문을 읽어 보고 판사인 저도 화가 났다”며 “아무리 피고인의 사정이 딱해도 피해자는 먹고 사는 일, 장래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0월18일 오전 5시40분쯤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17%의 만취 상태로 과속운전을 하던 중 왼쪽에서 진입하던 차량을 들이받아 해당 차량에 타고 있던 유연수 등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A씨는 지난해 1월15일 오후 제주 모처에서 잠을 자던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준강제추행)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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