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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예비신랑 살린 35년차 경찰…"일단 살려야겠단 생각 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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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은 채 길가에 쓰러진 20대 남성이 출근 중이던 35년차 베테랑 경찰관의 신속한 대처로 목숨을 구했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송파경찰서 인근 한 이면도로에서 권영철 경감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2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 송파경찰서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송파경찰서 인근 한 이면도로에서 권영철 경감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2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 송파경찰서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소속 권영철 경감(범죄예방대응계장)은 출근 중이던 지난 13일 오전 8시 20분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건축사무소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서 뒤쪽으로 300~400m 떨어진 이면도로였다.

1989년 경찰이 된 후 송파경찰서에서 5년째 근무 중인 권 경감은 평소 매일 오전 7시 자택에서 나온다. 이후 경찰서까지 약 1.5㎞를 걸어서 출근한다. 하지만 이날은 경찰 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매주 수요일 ‘가족 사랑의 날’이어서 평소보다 여유있게 출근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권 경감이 근처로 다가가자 의식을 잃고 길가에 쓰러진 한 남성이 보였다. 이 남성은 눈에 초점 없이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권 경감은 이 남성의 상태를 확인한 뒤 주변에 서있던 시민들에게 119 신고 여부를 우선 확인했다. 그는 이미 신고를 했다는 시민들의 말을 듣자마자 이 남성의 몸을 흔들었다. 처음엔 의식이 돌아오는 듯 했으나 다시 의식과 호흡이 사라지는 것을 본 권 경감은 주저없이 심폐소생술(CPR)에 나섰다. 시민들도  쓰러진 남성의 기도 확보를 위해 몸을 잡아주는 등 권 경감을 도왔다.

해당 남성은 권 경감이 CPR을 하는 과정에서 세 차례 의식과 호흡이 돌아왔다가 잃기를 반복했다. 권 경감은 15분여 동안 계속해서 CPR을 하며 이 남성의 호흡이 회복되도록 도왔고, 네 번째 호흡이 돌아왔을 때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이 남성은 현재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회복됐고 안정을 취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결혼을 앞둔 20대 예비신랑이었다고 한다.

35년차 경찰인 권영철 경감. 사진 서울 송파경찰서

35년차 경찰인 권영철 경감. 사진 서울 송파경찰서

권 경감은 “평소 교육 시간에 CPR을 익혀둔 게 도움이 됐다. 쓰러진 시민을 보자마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려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곧바로 CPR을 했던 것 같다”며 “매일같이 다니는 출근길에서 시민의 목숨을 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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