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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억원대 피해 수원 전세사기…공인중개사 등 65명도 가담

중앙일보

입력

14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고중국 경기도 토지정보과장이 수원 전세사기 피해 관련 불법 중개행위 수사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14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고중국 경기도 토지정보과장이 수원 전세사기 피해 관련 불법 중개행위 수사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72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이른바 ‘수원 전세사기’ 사건을 벌인 정모(60)씨 일가의 범행에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65명이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씨 일가의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36명과 중개보조원 29명 등 65명을 적발해, 수사가 끝난 24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3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정씨 일가의 전세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된 공인중개사 28곳을 수사한 결과다. 이들은 정씨 일가가 보유한 800가구 중 540건을 중개했다. 임차인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만 총 7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적발된 중개업자들은 신축 빌라나 세입자가 잘 구해지지 않은 빌라를 높은 가격에 계약하도록 유도한 뒤 정씨 일가로부터 법정 중개보수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았다. 중개한 매물 540건 중 70%에 해당하는 380건에서 초과 중개보수로 2억9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의 A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 등 10명이 정씨 소유의 신축빌라와 오피스텔 305건을 중개했다. 이 중 176건에서 법정 중개보수(8000만원)보다 2배 많은 1억6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경매로 넘어갈 위험이 있는 고액의 근저당이 설정돼 임대가 어려운 매물도 있었지만, 건당 5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거래를 성사시킨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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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보조원 B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데도 단독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중개보수를 받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B씨가 중개한 계약서에 서명·날인하는 조건으로 매달 50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C공인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2명은 건물에 설정된 근저당을 허위로 설명하는 수법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전체에 설정된 근저당이 50억원인데 임대인이 입주하는 2층에 설정된 16억원만 알리는 식이다. 의심하는 사람들에게는 “건물 전체 시세보다 근저당 설정액이 낮다” “집주인이 수원에만 건물 수십 채를 보유한 재력가”라고 속여서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도는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불법행위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중개업에 다시 종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법률을 위반해 행정처분 받은 공인중개사는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고중국 경기도 토지정보과장은 “최근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전세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불법 중개행위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세 계약 시 경기부동산포털을 활용해 주변 전세가를 확인하는 등 임차인들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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