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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살던 집에 집착하는 나영…제겐 소녀시대가 그런 집이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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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권유리는 ‘돌핀’에서 나영(아래 사진)의 집에 대한 집착이 ‘소녀시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닮았다고 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권유리는 ‘돌핀’에서 나영(아래 사진)의 집에 대한 집착이 ‘소녀시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닮았다고 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소녀시대’로서 제 10~20대는 보통 사람들의 3배속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해보지 못할 경험을 압축해서 경험했다는 게 축복이고 감사했죠. 하지만 그 속도나 너무 큰 인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아이돌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변신한 권유리(34)의 고백이다. 독립영화 ‘돌핀’(13일 개봉)으로 첫 스크린 단독 주연에 나선 그를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극 중 ‘돌핀’은 볼링에서 도랑에 빠졌던 공이 돌고래(Dolphin·돌핀)처럼 튀어 올라 핀을 쓰러트리는 걸 뜻한다. 작은 바닷가 마을 토박이인 주인공 나영(권유리)은 어머니(길해연)의 재혼으로 가족이 살던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우연히 접한 볼링을 통해 점차 용기를 낸다.

감정을 속으로만 삭이는 나영은 건강미로 글로벌 팬덤을 이끌어온 ‘소녀시대 유리’와 딴판이다. 대본을 여러 번 보며 감정 표현 방식을 고민했다는 그는 “비워야 새로운 게 들어오지” 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영화 ‘돌핀’.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 ‘돌핀’.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나영은 가족과 살던 집에 애착을 갖다가 어느 순간 집착하죠. 저한테는 그런 ‘집’이 ‘소녀시대’였어요. ‘소녀시대’는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권유리’로서 새로운 2막을 열고 균형감을 찾아가고 있거든요.”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 멤버들은 최근 개인 활동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권유리도 2018년 솔로 음반을 냈고, ‘장사천재 백사장’(tvN), ‘더 존: 버텨야 산다’(디즈니+) 등 예능 고정멤버로 활동해왔다.

연기 보폭도 넓혔다. KBS 드라마 ‘못 말리는 결혼’(2007)을 시작으로 SBS ‘피고인’(2017), 영화 ‘노브레싱’(2013) 등에 출연했고, 2019년 ‘앙리 할아버지와 나’로 연극 무대에도 도전했다.

‘돌핀’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신인 배두리 감독의 초저예산 데뷔작이다. “따뜻하고 정감 가는 이야기에 힐링 됐다”는 그는 나영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다. 충남 서천에서 촬영기간 두 달 내내 화장도 잊고, 입던 옷을 다시 입으며 마을 주민처럼 지냈다. “영화를 본 (소녀시대) 윤아가 ‘언니가 나영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하더라”며 활짝 웃었다.

발목을 삔 상태로 볼링에 매달리던 나영이 “많이 참으셨네” 하는 의사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은 자신의 경험담에서 나왔다. 그는 “춤 연습을 하다 발목을 삐어서 더는 춤 추면 안 되는데, 속상하고 억울해서 계속 연습했던 때가 있다”며 “‘많이 참으셨네’라는 의사 말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던 그때가 생각 나서, 감독에게 몽타주 신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시절 몸에 밴 준비성은 연기의 자산이 됐다. 액션 스쿨에서 공중제비·옆돌기 배우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갑자기 경찰 역할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올해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가석방심사관 이한신’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팬들도 좋아해 주는 선순환”을 삶의 원동력으로 꼽은 그는 “신구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롭거나 초라하게 느껴질 때 큰 자부심”이라는 ‘소녀시대’ 완전체 복귀 계획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멤버들끼리 종종 얘기는 하는데 늘 대화를 끝맺질 못해요. 20주년, 25주년, 30주년 오랫동안 함께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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