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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5라운드 MVP 이정현 “한국 농구 자존심 지켰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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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규리그 5라운드 MVP에 선정된 고양 소노의 주전 가드 이정현.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는 올 시즌 KBL에서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라운드별 MVP로 뽑혔다. [사진 KBL]

정규리그 5라운드 MVP에 선정된 고양 소노의 주전 가드 이정현.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는 올 시즌 KBL에서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라운드별 MVP로 뽑혔다. [사진 KBL]

올 시즌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 천하’다.

구단별로 빼어난 실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들이 맹활약하면서 코트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라운드별 MVP 선정에도 잘 드러난다. 1라운드에선 디드릭 로슨(원주 DB)이 MVP를 차지한 데 이어 2라운드 아셈 마레이(창원 LG), 3라운드 패리스 배스(수원 KT), 4라운드엔 앤드류 니콜슨(대구 한국가스공사)이 각각 MVP에 선정됐다. 외국인 선수가 1~4라운드 MVP를 싹쓸이한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타난 스타가 있다. 바로 고양 소노의 주전 가드 이정현이다. 이정현은 지난 11일 발표된 KBL 5라운드 MVP에서 유효표 93표 중 49표를 얻어 32표를 받은 배스를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5라운드에서 9경기 동안 평균 24점, 어시스트 6.7개, 스틸 2.1개를 기록한 이정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트로피다. 사실 1, 2라운드와 4라운드까지 MVP 투표에서 계속 2위를 했다. 번번이 밀려나 실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번 수상으로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생각한다”며 빙긋이 웃었다.

1999년생 이정현은 일찌감치 대형 유망주로 꼽혔다. 포인트가드로선 시야가 넓은 데다 돌파력이 좋고, 볼 핸들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슈팅가드로선 외곽슛이 정교하고, 클러치 능력이 타고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2021년 KB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고양 오리온의 지명을 받은 이정현은 그러나 프로 데뷔 이후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모기업의 구단 매각과 운영 문제로 소속 팀이 매년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오리온을 시작으로 캐롯 점퍼스를 거쳐 소노로 팀 이름이 계속 바뀌었지만, 이정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정현은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일 현재 37경기에서 평균 21.5점을 넣어 득점 6위를 기록 중이다. 또, 평균 3점 슛과 어시스트는 각각 2.7개와 6.6개로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수비 실력도 탄탄한 편이다. 경기당 1.8개의 스틸을 기록해 이 부문 2위다.

이정현은 “김승기 감독님께서 ‘다음 시즌에는 이정현을 정규리그 MVP로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한 동시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며 “감독님 말씀이 과대평가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내년에는 (라운드 MVP를 넘어) 정규리그 MVP를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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