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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과 깜짝 협연 에스더 유…NYT “우아한 연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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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8일 뉴욕 필하모닉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사진 뉴욕필]

지난달 8일 뉴욕 필하모닉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사진 뉴욕필]

“딱 일주일 전에 연락을 받았다. 뉴욕필과 번스타인을 연주할 수 있겠냐고.”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30)는 지난달 8일 뉴욕 필하모닉과 깜짝 데뷔했다. 본래 연주하기로 했던 바이바 스크리데가 연주를 취소하면서 그에게 기회가 왔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조건이었다. “지난해에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번 연주해봤던 곡이었다. 그 후로는 연주한 적이 없었다.”

이달 초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 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사랑했던 뉴욕필과 그것도 번스타인을 연주할 기회니까!” 에스더 유는 뉴저지에서 태어났고 뉴욕 맨해튼의 스즈키 스쿨에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언젠가는 뉴욕필과 함께 연주하는 꿈을 꿨다”고 했다. 번스타인은 뉴욕필 최초의 미국인 음악 감독으로 12년 동안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번스타인 또한 25세에 대타로 뉴욕필 무대에 기습 데뷔한 기록이 있다.

에스더 유는 “번스타인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전설적 음악가들과 듀오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웠는데 음악이 정말 잘 살아났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핀란드 지휘자 산투-마티아스루발리(39)가 함께 했다.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고 있는 핀란드 지휘자 그룹 중 한 명이다. 에스더 유는 “지난해 런던에서 몇 번 호흡을 맞췄던 지휘자”라며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맞는 동료”라고 소개했다.

에스더 유의 뉴욕필 데뷔에 대한 평 또한 호의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내성적이고 단정한 음악이었지만 관객의 반응은 마치 파가니니를 대하듯 열광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악장·수석과의 앙상블에 대해 “우아한 스타일이었다”고 평했다. 온라인 매체인 바흐트랙은 “다양한 분위기를 안정감 있게 엮어냈다”며 “에스더 유의 선이 긴 음악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거미줄처럼 화려했다”고 비유했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미국의 전통을 찬미하듯 ‘양키 두들’을 변주한 화려한 작품인 앙리 비외탕의 ‘미국의 추억’을 연주했다.

에스더 유는 한국의 음악적 저력을 보여주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으로 이주했고 벨기에·독일·영국에서 공부했다.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 3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4위 등을 수상했고 지휘자 고(故) 로린 마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눈에 띄어 국제무대에 소개됐다. 2014년에는 영국 BBC의 차세대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그는 “문화적 뿌리가 서로 다른 여러 곳에서 공부해 그 영향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한국의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달 20일에 런던에서 BBC 심포니와 홍콩 작곡가 레이먼드 이유(YIU)의 협주곡을 세계 초연한다. 8월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에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을 연주할 예정이며 11월에는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함께 독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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