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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면 내가 사지"…굿 하면 로또 된다며 2억 뜯은 무당 한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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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로또 복권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굿을 하면 로또 복권에 당첨될 수 있다며 거액의 돈을 받았던 무속인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 2011년 11월, 무속인 장모씨는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카페에서 피해자를 만나 “로또 복권 당첨이 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 그날로 현금 1350만원을 받았다. 이후 장씨는 피해자에게 로또 예상번호를 자필로 적어 줬으나 맞지는 않았다.

1350만원은 시작이었다. 이후 해가 두 차례 바뀌어 2013년 2월이 될 때까지 장씨는 같은 피해자로부터 23차례에 걸쳐 현금 2억 4000만원과 금 40돈을 받았다. 나중엔 장씨 본인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는 한편, 계속해서 이유를 붙여 추가 금전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장씨는 지난 2022년 7월 기소됐다. 뒤늦게나마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달은 피해자가 고소에 나섰다. 굿을 한들 로또 번호를 맞출 수 없는 건 장씨도 알고 있었다. “누가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하면, 그건 (무속인이라도) 절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가 (로또 당첨번호를) 알면 제가 (로또 복권을) 사죠.” 장씨가 경찰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지난해 3월, 의정부지방법원 강완수 판사는 장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렇게까지 큰 금액을 잃게 된 데에는 피해자 잘못도 있긴 하지만, 장씨가 이전에도 같은 수법을 저질렀던 만큼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같은 법원 형사항소1부(부장 심준보)에서 항소 기각, 지난달 15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려 확정됐다.

목적한 결과가 실현되지 않은 모든 굿이 곧 사기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원은 무속을 ‘과학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고대로부터 폭넓게 행하여져 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 봐 굿은 결국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이해한다. 단지 굿의 효험이 없었단 이유로는 무당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도, 굿 값을 돌려받을 수도 없다.

다만 장씨의 경우처럼 시행자 본인도 그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효과가 있을 것처럼 요청자를 기망해 부정한 이익을 취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액수가 지나쳐도 ‘전통적인 관습에 의한 무속행위’를 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에도 ‘딸과 가족들에게 귀신이 씌었다’며 기도비 1억 889만원을 받은 것은 사기라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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