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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스웨덴 가입으로 발트해까지 대러시아 포위망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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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정규 전 스웨덴 대사

이정규 전 스웨덴 대사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서류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스웨덴은 핀란드에 이어 나토 32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스웨덴 국기가 게양됐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약 200년 동안 스웨덴이 견지해 온 핵심 안보 정책인 ‘중립 노선’의 포기를 의미한다. 그만큼 역사적 사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협
스웨덴 200여 년 중립노선 포기
러 위협에 맞서 ‘안보보험’ 선택
32번째 나토 가입, 러 대응 주목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 건물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웨덴 국기 게양식이 열리고 있다. 스웨덴은 32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 건물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웨덴 국기 게양식이 열리고 있다. 스웨덴은 32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연합뉴스]

스웨덴은 스위스·오스트리아 같은 영세중립국이 아니다. 영세중립국이란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다른 나라에 의해 독립과 영토 보존이 ‘조약에 의해’ 보장된 국가를 의미한다. 스웨덴은 조약에 의해 중립이 보장된 국가는 아니다. 스웨덴의 중립은 스웨덴 스스로 천명한 중립 노선이다. 즉, 스웨덴은 군사동맹에 가담해 전시에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시 중립을 위한 평시 비동맹’을 원칙으로 하는 실리적인 안보 정책으로 그동안 중립노선을 표방했다. 전쟁이나 냉전 시대 동서 이념 대립에서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두 차례 세계 대전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위협에 노출된 스웨덴

스웨덴이 중립노선을 취한 가장 큰 배경은 강대국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다. 그중에서도 러시아는 스웨덴과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가장 위협적인 강대국이다. 스웨덴 영토인 고틀란드 섬은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가 있는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불과 350㎞ 떨어진 지척이다.

러시아의 존재로 인한 스웨덴과 핀란드의 잠재적 안보 불안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현실적인 위협이 됐다. 두 나라는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으로 나토 군사동맹 가입이라는 확실한 ‘안보 보험’을 선택했다. 나토 가입 이전에도 스웨덴은 나토 회원국 군대와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나토 관계자들은 스웨덴을 ‘그림자 멤버(shadow member)’라 부를 정도였다. 스웨덴 국민도 전쟁이 발발하면 회원국이 아님에도 나토 병력이 스웨덴을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을 정도였다. 따라서 나토에 가입해도 군사협력 관계에 큰 변화는 예상되지 않지만,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 가입을 계기로 스웨덴은 유사시 나토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점은 분명 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 관건은 과연 스웨덴이 자국 영토에 외국 군대 주둔이나 핵무기 배치까지 허용할지 여부다. 이는 스웨덴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벌써 내부에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스웨덴에 외국 군대 배치나 핵무기 배치가 이뤄지면 러시아엔 견디기 힘든 안보 위협이 될 것이다.

나토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영국·프랑스 중심으로 만든 군사 동맹체다. 나토는 1949년 창설 당시 12개 회원국으로 시작했으나 1991년 소련 붕괴를 계기로 소련의 옛 위성 국가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30개국으로 확대됐다. 나토의 지리적 범위도 점차 동진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는 구도가 됐다.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명분 중 하나도 나토의 동진에 대한 대응이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발트해는 이제 ‘나토의 호수’가 됐다. 지중해에 이어 발트해까지 러시아를 둘러싸는 나토의 포위망이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회원국들, 국방비 증액 러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자체 국방비 증액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나토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회원국이 11개국이었는데 올해는 18개국으로 늘었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최근 뮌헨안보회의에서 독일은 국방비를 GDP의 2%를 넘어 3~3.5%까지 증액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온 결과는 나토의 러시아 포위망 확대와 유럽 국가들의 경각심 급증에 따른 국방비 증액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강하게 요구한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은 역설적이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방으로 해결되는 모양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전후 불리한 손익 계산서를 손에 받아들게 될 것이다.

나토의 동진으로 러시아가 고립되는 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바람직하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나토와 러시아가 불가침 협약을 맺어 지금의 경계선에서 더는 동진하지 않는 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리펜 전투기, 조기경보통제기, 최첨단 중소형 잠수함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방산 업체 사브(Saab)를 보유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유럽의 군사력 강화에 확실히 기여할 것이다. 스웨덴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중개하는 등 전통적으로 국제 분쟁 중재에 앞장서 온 국가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나토의 군사력 증강에 멈추지 않고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평화 중재 역할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미 동맹에다 자강력도 키워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방적으로 모든 부담을 떠안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최소한 이번 전쟁의 직접적 당사자에 해당하는 유럽이 미국보다 더 많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런 목소리가 더 강해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포기하고 미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미국 우선주의는 한반도 상황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핵무기 사용 위협과 공갈을 일삼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혈맹인 미국과의 동맹 강화로 대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도 지혜롭게 대처할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한·미 동맹 강화와 동시에 핵을 가진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나름의 자강력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외교 안보 당국의 정교한 전략과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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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전 주스웨덴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