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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정치에 이용하나”…붉은 유니폼 입자 정치적 중립 위반 의심

중앙일보

입력

홈 개막전에 붉은 유니폼 입은 충남아산 선수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홈 개막전에 붉은 유니폼 입은 충남아산 선수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선수들이 개막전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12일 연맹 관계자는 “경기감독관 보고서 내용에 따라 전날 충남아산 구단에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충남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2024시즌 홈 개막전에서 선수들은 그동안 입었던 푸른색 계열의 홈 유니폼 대신 이번 시즌 새롭게 공개한 붉은색의 서드 유니폼을 입었다. 통상적으로 시즌 첫 홈 경기에선 홈 유니폼을 입는다.

경기 당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 등이 붉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등장해 시축과 격려사를 했다.

연맹은 구단 측에서 충남아산 서포터스에게 빨간색 응원 도구와 깃발 등을 나눠줬고 흔들기 등 호응을 유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연맹은 충남아산 구단이 개막전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의심한다.

연맹은 “서드 유니폼은 연맹이 사전에 승인했다. 유니폼은 연맹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한 구단이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도 붉은색 응원 도구를 나눠주며 호응을 유도한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 연맹 보고서에는 이날 정당 서너 곳이 장외에서 유세 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온다. 구단에 따르면 국민의힘 측 선거운동원도 경기장 밖에서 유권자를 만났다.

충남아산 서포터스 아르마다 공식 성명문. 사진 아르마다 SNS 캡처

충남아산 서포터스 아르마다 공식 성명문. 사진 아르마다 SNS 캡처

충남아산 서포터스 아르마다 역시 성명문을 내고 구단에 항의했다.

아르마다는 “홈 개막전에서 서드 유니폼을 입을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순신종합운동장 주변 거리 배너 사진에 파란 홈 유니폼이 아닌 원정 유니폼(흰색)이 부착됐다”며 “온·오프라인 구단 홍보물에 팀 컬러인 ‘파랑+노랑’ 조합이 사라지고 점차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홈경기 당일 아침, 구단이 제작한 붉은 깃발을 사용할 것을 요청받았으나 반대 의사를 정확히 밝혔다”며 “사전 협의도 없었을뿐더러, 디자인이 팀 색깔과 맞지 않는 디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르마다는 경기 도중 구단으로부터 붉은 깃발 사용을 요구받자 미리 준비한 항의성 현수막을 내걸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충남아산 구단은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붉은색 유니폼에 대해서는 특정 정당을 의도한 게 아닌, 아산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했다.

충남아산 서포터스 아르마다 공식 성명문. 사진 충남아산 홈페이지 캡처

충남아산 서포터스 아르마다 공식 성명문. 사진 충남아산 홈페이지 캡처

구단은 지난달 23일 2024시즌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아산시에서 6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성웅이순신축제를 기념하고,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책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실제 이순신 장군복의 붉은색 색상을 바탕으로 장군 검 모양을 은은하게 삽입해 선수들의 투철함과 절실함을 녹여냈다”고 밝혔다.

구단은 붉은 유니폼은 서드 유니폼이 아닌, 두 종류의 2024시즌 홈 유니폼 중 하나일 뿐이고, 내달 열릴 성웅이순신축제를 기념하거나 특집 유니폼으로 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홈에서는 푸른 유니폼을 더 자주 착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맹이 요구한 경위서는 작성을 완료해 곧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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