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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강국 네덜란드 키운 톤세제..."톤세제 없어지면 선박 다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톤(t)세제를 먼저 없애는 국가는 1년 안에 자국 선박을 다른 국가로 모두 떠나 보내게 될 것입니다.” 지난 6일 만난 네덜란드 왕립선주협회 아넷 코스터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네덜란드 왕립 선주협회의 한국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다. 네덜란드 왕립 선주협회는 117개 선주와 88개 관계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한 네덜란드 최대 해운 단체다.

아넷 코스터(Annet Koster) 네덜란드왕립선주협회 사무총장이 지난 6일 로테르담 선주협회 사무실에서 톤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테르담(네덜란드)=박영우 기자

아넷 코스터(Annet Koster) 네덜란드왕립선주협회 사무총장이 지난 6일 로테르담 선주협회 사무실에서 톤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테르담(네덜란드)=박영우 기자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톤세제를 도입한 국가다. 톤세제는 외항 해운기업의 해운 소득을 선박 표준이익을 과세표준으로 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선박 표준이익은 영업이익이 아닌 선박의 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20여개 해운 선진국은 선박 확보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 1990년대부터 톤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지원 정책이다.

한국 올해 연말 톤세제 일몰 앞둬 #해운협회 "영구 도입도 검토해야"

네덜란드 왕립 선주협회는 자국 해운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톤세제를 꼽는다. 톤세제 도입 후 네덜란드 국적 선박은 1996년 386척에서 현재 1100척으로 늘었다. 코스터 사무총장은 "톤세제로 투자 여력이 생긴 해운 업체들이 친환경 선박 등을 도입하고 선원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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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5년 5년 기한으로 톤세제를 도입했고 올해 12월 일몰을 앞두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 등 세계 해운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톤세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실상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은 만큼 톤세제가 종료될 경우 해운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역시 2월 동향분석을 통해 국내 해운산업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톤세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멘 반군 후티의 선박 공격으로 시작된 홍해 발 물류대란으로 운임지수가 요동치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박 규제도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어서다. “저탄소·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이 빨라지고 있어 톤세제를 통해 해운사들이 이에 대비할 자본을 마련해야 한다”고 KMI는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 전환에 따른 국내 해운선사의 비용 증가 규모를 1조8000억 원으로 추산한다.

네덜란드 왕립 선주협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한국해운협회도 톤세제 일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 13일에는 세종시에서 ‘해운 톤세제도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를 포함해 KMI,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해운 관련 종사자 약 50여명이 참석해 톤세제 일몰과 관련한 해법 찾기에 나선다. 우수한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국제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투자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해외 해운 선진국처럼 영구적으로 톤세제를 도입해 국적 선사들의 해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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