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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과 수입 목소리 진정 나섰다 …“검역 절차 간소화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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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물가로 외국산 사과 수입 요구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엄격한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자칫 외래 병해충이 유입되면 농산물 생산을 떨어뜨리고 다른 과일 수출이 중단되는 등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과실류 수입위험분석 절차 설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외국산 농산물을 한국에 수입하기 위해선 ▶요청 접수 ▶절차 착수 ▶예비위험평가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방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 ▶입안예고 ▶고시·발효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과의 경우 현재 수입이 허용된 국가는 없다. 11개국이 수입을 요청한 상태인데, 일본이 1992년 신청해 가장 빠른 5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2015년부터 배에 대한 검역 절차를 먼저 진행하기로 양국이 협의하면서 사과 검역 절차는 보류된 상태다. 독일과 뉴질랜드가 3단계, 미국이 2단계, 호주 등 나머지 7개국이 1단계에 있다.

정부는 사과 가격 상승세에도 이같은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단축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식물방역법 및 관련 시행규칙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절차를 임의로 생략할 수 없다. 또한 외래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농산물 생산량 감소, 상품성 저하, 타 작물로 피해 확산, 방제 비용 증가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과와 관련된 위험 병해충인 과실파리류나 잎말이나방류가 유입되면 파프리카·배·딸기·포도·감귤 등 다른 한국산 농산물 수출이 중단될 우려도 있다. 특히 과실파리류의 유입으로 수출이 중단될 경우 다시 수출을 재개하는 데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불법 반입 묘목을 통해 과수화상병이 유입돼 사과나무와 배나무가 말라죽은 사례가 있다.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247억원의 손실보상과 365억원의 방제비용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미국·멕시코 등 외국에서도 과실파리류 유입으로 큰 피해를 입은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는 모든 검역 절차를 마치고 사과 수입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언제인지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에 수입이 허용된 농산물 76건의 경우 평균 8.1년이 소요됐다. 각국 상황과 검역 우선순위에 따라 절차는 훨씬 길어질 수 있다.

호주의 경우 1989년에 사과 수입을 요청했지만,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반대로 한국의 감귤이 뉴질랜드로 수출되기까지 23년이 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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