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강인 뽑은 황선홍 “하나된 모습 보여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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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태국과의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출전 선수 명단을 공개한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은 “보듬어 안고 화합해 앞으로 나갈 것”이라 말했다. [연합뉴스]

태국과의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출전 선수 명단을 공개한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은 “보듬어 안고 화합해 앞으로 나갈 것”이라 말했다. [연합뉴스]

황선홍(56)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대표팀 동료들과 반목하며 물의를 빚은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을 3월 A매치에도 변함없이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황선홍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열리는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21일 상암·26일 태국 방콕)에 나설 23명의 축구대표팀 엔트리를 공개했다.

23인 명단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역시 이강인이다. 그는 지난달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돌출 행동으로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여러 동료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선수들 간 몸싸움이 벌어진 사실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돼 한국 축구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이후 이강인이 직접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하는 등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성의를 보였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강인을 계속 국가대표로 선발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26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이강인 선발 찬성과 반대가 각각 46.9%와 40.7%로 팽팽히 맞섰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5%였다.

이강인

이강인

축구계 안팎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황 감독이 이강인을 대표팀에 발탁한 명분은 ‘결자해지’다. 직접 동료들과 팬들 앞에서 정식으로 머리 숙여 사죄할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대표팀 내부 분열 상황을 일단락짓겠다는 의도다. 정공법을 선택한 셈이다.

황선홍 감독은 명단 발표 후 “이강인과 소통하며 ‘대표팀 구성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확인했다”면서 “대표팀 내 갈등이 두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태국과의 2연전을 통해 다시 하나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황 감독은 이어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위기를 피해갈 순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면서 “나중에 언제라도 이강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표팀 발탁) 결정을 내리기까지 이강인 및 손흥민 두 선수와 의사소통을 거쳤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강인 발탁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하는 게 황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남은 과제다. 축구대표팀 내부 갈등 사실이 보도된 이후 “대표팀 기강을 무너뜨리고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선수를 징계 없이 용서하는 게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관련 기자회견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엄정한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강인에 대해서는)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축구협회장이 언급한 ‘엄정한 조사’와 ‘징계’는 건너뛴 셈이 됐다. 황 감독은 대표팀 일부 멤버를 교체해 분위기 쇄신을 시도했다. 주민규(울산HD)를 비롯해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좀처럼 부름을 받지 못하던 선수들을 발탁했다. 미드필더 백승호(버밍엄시티), 측면수비수 김문환(알두하일), 중앙수비수 권경원(수원FC)과 조유민(샤르자) 등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올림픽팀 핵심 멤버인 미드필더 정호연(광주FC)도 A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18일 소집해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의 홈 경기에 대비한다. 경기를 마친 뒤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26일 원정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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