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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개발단 예산 끊겨 해산…“팬데믹 또 오면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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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머지않아 또 찾아올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에 대응하려면 백신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 때 15만명의 사망을 막았다. 가장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mRNA 백신이다. 그런데 정부의 mRNA 지원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다음 팬데믹 대비에 차질이 생기고 빈약한 국내 백신 업계의 기반이 무너져 ‘국가 보건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mRNA 백신 개발 예산은 267억원이다. 2022~2023년 연평균 447억원의 60%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당장 ‘디지스 X 대응 mRNA 백신개발사업단(KmVAC)’이 이달 말 끝난다. 홍기종 사업단장(가천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은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년 정부의 사업단 지원 예산(340억원)이 이달 말 사라진다”며 “코로나19가 끝난 마당에 굳이 2단계 지원이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2년 투자 덕분에 목표 지점의 80%까지 도달했다고 본다. 2~3년 더 지원해주면 미국의 화이자·모더나와 품질이 유사한 mRNA 백신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올해 지원이 끊겨 아쉽다”며 “새로운 팬데믹이 4~5년 후 온다고 가정하면 2~3년 안에 mRNA 백신 생산 준비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2023년 mRNA 백신 연구 70개 과제를 지원했다. 특히 임상시험과 핵심요소 기술 개발 과제에 집중했다. 덕분에 한국형 mRNA 구조체·전달체 기술을 확보했고, 9건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또 3개 기업이 mRNA 백신 1, 2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과 더불어 관심이 뚝 떨어졌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은 지난해 다이이찌산쿄를 비롯한 두 개 회사가 mRNA 백신을 개발해 자국민에게 맞힌다. 중국에서도 성공 소식이 들린다.

일본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1조 원을 민간 기업에 지원했다. 백신 개발을 위한 범정부기구(SCARDA)를 만들어 인허가, 특허 출원, 공장 설립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반면 한국은 지원금도 적고, 이마저 올해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질병청·식약처·복지부·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제각각 지원하면서, 중복·사각지대가 생겼다. 질병청 관계자는 “일본처럼 지원체계를 일원화하고 한정된 예산을 백신 제품화에 집중적으로 쏟아야 한다. 앞으로 2~3년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미국 화이자·모더나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막는 콤보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내년 중 상용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선 녹십자·SK바이오사이언스·일양약품이 독감 백신만 생산한다. 한 번 접종에 두 가지 효과를 내는 콤보 백신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홍 교수는 “콤보 백신이 들어오면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이 많이 잠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mRNA 백신에 투자를 확대할 이유는 또 있다. 이 백신은 뎅기열 등의 다른 감염병, 암 같은 질병 예방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때처럼 백신 보유국이 자국 우선 정책으로 나올 수 있어 보건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mRNA 백신 개발에 뒤처지면 백신 종속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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