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혼 범위 축소’ 물어보니…4명 중 3명은 "현행 유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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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근친혼 범위와 관련한 법 개정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응답자 4명 중 3명은 현행법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답한 여론조사가 나왔다. 현행 민법은 ‘8촌 이내 혈족’ 등을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로 규정(809조)한다.

근친혼 금지 범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 셔터스톡

근친혼 금지 범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 셔터스톡

법무부는 11일 친족 간 혼인 금지에 관한 국민 정서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의 여론조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진행했다.

조사에서 ‘근친혼 금지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제한하는지’를 물은 결과 ‘그렇지 않다’가 74%, ‘그렇다’가 24%로 나타났다. 아울러 ‘근친혼 금지의 적절한 범위’를 묻는 말에도 ‘현행과 같이 8촌 이내’라고 답한 응답자가 75%로 가장 많았고, 이어 ‘6촌 이내’(15%), ‘4촌’(5%)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헌법재판소가 2022년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정한 민법 815조2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헌재는 ‘8촌 이내 혼인을 금한다’는 민법 809조1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이미 결혼한 사실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무효)으로 허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는 이 조항을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했고, 주무부서인 법무부가 관련 검토를 진행했다.

박광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사무총장이 지난 5일 법무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근친혼 범위 축소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성균관

박광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사무총장이 지난 5일 법무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근친혼 범위 축소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성균관

법무부 조사에서도 결과는 서로 엇갈렸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현행 유지가 압도적이었지만, 전문가 용역 보고서에선 “근친혼 금지 범위를 4촌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고서를 작성한 현소혜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5촌 이상과 유대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했다.

‘헌법상 혼인 상대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려면 근친혼 금지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헌법 존중론’과 ‘유교적 전통과 도덕관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습존중론’ 간 논쟁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법무부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반영하여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부 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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