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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화가’ 뱅크시, 법정 다툼으로 정체 드러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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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0월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전시된 영국 유명 그라피티 미술가 뱅크시의 작품 ‘원숭이 여왕’. EPA=연합뉴스

지난 2020년 10월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전시된 영국 유명 그라피티 미술가 뱅크시의 작품 ‘원숭이 여왕’. EPA=연합뉴스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영국 출신 유명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가 그의 작품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 의해 정체가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미술 수집가 2명은 뱅크시의 판화 ‘원숭이 여왕’(2003년)의 진품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구를 뱅크시의 대행사가 거부하자 법적 조치를 밟고 있다. 이 소송 결과에 따라 뱅크시의 본명 등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원숭이 여왕’은 왕관과 목걸이를 착용,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상시키는 원숭이의 모습이 담긴 판화 작품으로, 총 750개 에디션이 제작됐고 이 가운데 서명된 작품은 150장이다. 뱅크시는 본인이 제작한 판화 등에 전부 서명을 남기지 않고 일부에만 서명을 해왔다. 이 때문에 위조품이 다수 유통되자 진품 인증을 받으려는 수집가들이 늘고 있다.

소송을 낸 니키 카츠와 레이 하우스는 지난 2020년 잘 알려진 뱅크시 작품 수집가의 유품 중에서 이 작품을 3만 파운드(약 5089만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작품의 판매 내력이 담긴 서류는 없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카츠와 하우스는 진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뱅크시 작품을 공식 보증하고 판매를 주관하는 회사 ‘페스트 컨트롤’에 작품을 보냈다. 페스트 컨트롤은 뱅크시가 2008년 직접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이후 3년 동안 이 작품이 진품인지 또는 위조품인지를 알려달라고 계속 요구했으나, 페스트 컨트롤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뱅크시 작품을 여러 점 소유한 카츠는 페스트 컨트롤을 향해 “당신들이 작품을 갖고 있고 검사를 했다. 그건 (진품이) 맞느냐 아니면 틀리냐”라면서 “틀렸다고 하면 괜찮다. 우리가 산 쪽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맞는다면 정말 좋다. 그저 우리에게 (어느 쪽이든) 입증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달라”고 했다.

뱅크시가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하다. 1974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났고 1990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것 외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2011년 그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을 때도 주최 측이 ‘시상식장에 복면을 쓰고 참석할 수 없다’고 하자 참석을 거절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추측을 낳았다. 가디언은 영국의 유명 밴드인 ‘매시브 어택’의 멤버인 로버트 델 나야, 역시 유명 밴드인 ‘고릴라즈’를 만든 유명 만화가 제이미 휼렛, 유명 TV 미술 프로그램 ‘아트 어택’ 진행자였던 닐 뷰캐넌 등이 그 후보군으로 언급됐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위조품이 크게 늘어 온라인에서 진품으로 둔갑해 팔리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트 컨트롤 측은 “우리의 인증 절차는 매우 엄격해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면서 “지금까지 수천건의 진품 인증서를 발급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진품 인증서 신청이 페스트 컨트롤에 매달 최대 700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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