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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불지핀 '항공 1마일' 가치…대한항공 '9500억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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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카운터. 뉴스1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카운터. 뉴스1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아시아나항공 이용 고객들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언제·어떻게 변환해줄 것인지를 놓고서다. 두 회사의 합병은 미국 정부의 승인과 유럽행 여객·화물 노선 매각 작업이 끝나는 올 연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논란에 불을 붙인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두 기업이 합병해 하나의 거대 항공사가 되면 그동안 적립된 마일리지가 깎이거나 요금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며 “항공여행 마일리지는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경제의 한 축으로 항공 산업을 거론하며 나온 얘기였다.

이후 소비자들과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1대1의 비율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통합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 초반에 나온 방안으로,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온전히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바뀐다는 구상이다. ‘마일리지가 깎이는 걱정’ ‘1마일의 피해도 없도록’ 과 같은 대통령 발언의 뉘앙스와 가장 가깝다는 의견이 항공 업계에서 나온다.

'1대1로 바꿔준다'는 말은 안했지만…

다만 마일리지 1대1 전환은 기존 대한항공 고객의 불만 가능성, 대한항공의 비용 부담 등의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어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항공 마일리지는 이동 거리에 따라 부여 받는 고객 혜택이라, 비행기 탑승으로 얻는 마일리지엔 논란의 여지가 크지않다. 두 항공사간 노선별 요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공기 탑승 이외의 방법으로 얻는 ‘제휴 마일리지’다. 일반적으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 중 아시아나 제휴 상품은 연회비 4만3000~4만5000원에 이용금액 1000원당 1.5마일리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같은 회사의 대한항공 제휴카드는 연회비가 4만9000~5만1000원으로 더 높고 1000원당 1마일리지가 적립된다. 숙박 예약 플랫폼인 호텔스닷컴도 이용자들에게 결제 금액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는데, 1달러당 대한항공엔 1마일, 아시아나엔 1000원당 3마일을 준다. 이밖에 롯데렌터카를 이용(24시간 기준)할때도 대한항공은 100마일, 아시아나는 200마일이 적립된다.

이 때문에 양사 합병시 1대1 비율로 아시아나→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마일리지 제공 비용이 더 드는 셈이다. 아시아나는 이용객들이 아직 쓰지 않고 있는 마일리지의 가치를 9500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보고 있다.

마일리지 적립 기능을 갖춘 신용카드. 사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기능을 갖춘 신용카드. 사진 대한항공

인수 당사자인 대한항공은 말을 아끼고 있다.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를 부과한 정부 기조에 적극 협력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문제는 1마일리지 적립 가치를 얼마의 현금으로 계산할 것이냐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데 있다. 항공사들은 미사용 마일리지의 합계 가치만 부채로 공시할 뿐 구체적 계산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마일리지를 소진할 때는 노선별로 1마일리지의 가치를 차등 적용할 뿐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프레스티지석 항공권(왕복)을 구매할 때도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살 땐 1마일당 가치가 30원이지만, 인천-뉴욕 노선을 살 땐 55원 정도의 가치가 적용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고객이 원해서 이뤄지는 합병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자산으로 생각하는 마일리지에 대한 불이익이 생기면 정부와 기업에 불만을 적극 표출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불이익 불가’ 방침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마일리지 개편에 대한 여론 부담의 상당 부분은 대한항공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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