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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 지고 반도체…‘총선 테마종목’ 4년새 확 바뀌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쏟아지는 반도체 공약

“진짜 반도체 벨트는 국민의힘이 만들고 있다” (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대들보”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도권 남부 반도체 벨트 교통망을 연결하겠다” (8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22대 총선 핫 키워드로 ‘반도체’가 떠올랐다. 지난 7일 이재명 대표는 경기 남·동부에 반도체 메가시티를 조성한다는 공약을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발표해 무게를 뒀고, 한동훈 위원장은 반도체 벨트 어젠다를 내주지 않겠다며 견제 발언을 했다. 제삼지대 신당인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화성을)-양향자 의원(용인 갑)-이원욱 의원(화성 정) 등 핵심이 총출동해 반도체 벨트에 ‘올인’한다.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도 반도체가 자주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원 성균관대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민생 토론회를 열었고,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만나서도 삼성전자의 AI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공개했다.

이준석 대표와 화성을에서 맞붙는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는  ‘삼성출신 영입 인재’라고 적힌 점퍼를 입고 선거 유세를 한다. 한 후보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서 2021년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과 2022년 청년내각 등을 맡았다. 그러나 국힘은 지난 1월 인재 영입식에서 이런 정당 활동 이력보다 ‘10년차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경력을 집중 부각했다. ‘안철수보다 삼성전자’인 셈인데, 그의 평소 정치 활동을 알던 직장 내 동료 사이에선 이 점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의 ‘IT 열풍’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의원과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이용우 의원, 법률 스타트업 창업자 홍정민 의원이 지역구에서 당선됐고(이상 민주), 게임업계 류호정 의원과 벤처창업가 출신 이영 의원이 각각 정의당·국힘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IT 초선’이 넘쳐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윤영찬·홍정민·이영 의원 모두 자당 공천에서 탈락했고, 이용우 의원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

협회나 단체 위상도 갈렸다. 네이버·카카오·쿠팡 등이 소속된 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21대 국회 개원 직후 의원과 ICT 포럼을 여는 등 정치권과 소통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저지에 성공했다. 그러나 윤 정부가 2022년 카카오톡 불통 사태를 기점으로 플랫폼 규제 드라이브를 걸면서, 협회는 ‘플랫폼법 막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반도체산업협회는 대통령, 장관, 야당 대표가 반도체 간담회를 열 때마다 참여해 산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 1월 개혁신당 인재 1호로 영입됐다.

총선에 주목받는 산업이 바뀐 이유로는 ①일자리 ②수출 ③글로벌 흐름이 꼽힌다. IT 산업은 경기도 판교나 서울시 구로 등 일부 지역에 그치지만, 제조업인 반도체는 이천·평택·화성·용인 등 경기 동남부와 부산·울산·경남까지 지역 산업·일자리에 영향이 크다. 소프트웨어 및 IT서비스와 반도체 산업의 연간 수출액은 각 122억 달러와 1292억 달러로, 10배 이상 차이 난다(2022년 기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흐름 역시,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린 플랫폼은 견제하고 일자리와 직결된 반도체 산업은 밀어주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공정위(FTC)는 빅테크의 AI 투자가 독점을 위한 것은 아닌지 조사에 착수했고, 유럽연합(EU)은 애플 앱스토어의 반독점법 위반에 18억4000만유로(2조7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미국·EU·일본·대만 모두,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지원법과 보조금 예산은 주저 없이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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