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불발 사업 '김경수 KTX', 첫 삽도 안 떴는데 2조 늘었다 [예타면제·선거공약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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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발한 KTX가 경남 진주역에 정차해 대기 중인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서 출발한 KTX가 경남 진주역에 정차해 대기 중인 모습. 연합뉴스

첫 삽도 안 떴는데…사업비 2조 늘어

지난 4년간 사업비가 2조2102억원 증가했다. 또 건설한다 해도 화물은 실어 나를 수 없는 반쪽 철도가 된다. 경상도 내륙을 관통해 건설 예정인 ‘남부내륙철도’ 이야기다.

[선거 공약과 예타면제의 악순환]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남부내륙철도는 총 177.9㎞구간에 단선(單線)으로 건설된다. 경북 김천~성주~경남 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를 잇는다.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받으면서 첫발을 뗐다. 당시 예타 면제된 전국 24개 사업 중 규모가 가장 컸다. 두 번째로 규모가 컸던 평택-오송 복복선화 사업(3조1000억원)보다도 약 1조6000억원 더 많았다. 나머지 20여개 사업은 1조원 내외이거나 수천억원에 그쳤다.

2019년 1월 남부내륙철도가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에 포함된 것을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이 경남도청 본관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월 남부내륙철도가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에 포함된 것을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이 경남도청 본관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예타 면제 당시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비는 4조6562억원이었다. 하지만 4조8015억원(2022년 1월 기본계획 고시)→4조9438억원(2022년 9월 국가철도공단 발표)으로, 3년 새 2876억이 증가했다. 철도 길이와 노반 구성 등 기본계획 결과를 반영한 결과였다. 총연장은 예타 면제 당시 172.4㎞에서 177.9㎞으로 약 5㎞ 늘었다. 가야산국립공원을 관통할 수 없어 우회하는 등 원인이 있었다. 같은 기간 노반 구성도 바뀌었다. 노반은 철도 궤도를 설치하는 토대를 말한다. 공사비가 저렴한 토공(44.4㎞→29.4㎞)은 줄고 이보다 2배 이상 비싼 교량(15.8㎞→17.7㎞)·터널(112.2㎞→130.8㎞)은 늘었다.

“미반영 요소 많아…사업비↑, 예타면제 공통 특징”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기본설계 결과, 현재 추정 총사업비는 6조8664억원(2023년 9월)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새 1조9226억원(38.9%)이 또 늘어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선·구조물의 합리적 조정 ▶설계기준·관련 법령 개정 반영 ▶기본계획 누락 시설물 등 반영 ▶단가 현실화 등이 사업비 증가 원인이었다는 게 경남도 설명이다.

20년 경력의 한 철도 전문가는 “예타 면제 사업들은 사전에 반영 안 된 부분들이 많다”며 “(철도는) 노선만 긋고 시작하다 보니 설계 과정에서 사업비가 느는 게 공통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역에 들어오는 열차. 연합뉴스

서울역에 들어오는 열차. 연합뉴스

결국 기획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의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총사업비 관리지침’상 10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의 15% 이상이 증가하면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대상이다. 현재 사업 적정성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에 노선·공정이 일부 바뀌어 향후 사업비가 또 다시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50년 불발 사업…총선 앞두고 ‘예타 면제’

남부내륙철도는 경제성 부족 논란 등으로 50년 넘게 불발된 사업이다. 시작은 1966년 경북 김천~경남 삼천포(현 사천)을 잇는 ‘김삼선’ 철도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주재로 기공식도 열었지만, 경제성 부족과 재원조달 등 문제로 접었다.

1966년 11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김삼선(김천~삼천포) 철도기공식'.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1966년 11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김삼선(김천~삼천포) 철도기공식'.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김천~진주~거제 노선으로 2014년부터 3년간 진행, 2017년 공개된 KDI 예타 조사에서도 비용편익(B/C)이 0.72로 낙제점을 받았다. B/C가 1 미만이면 사업성이 없다는 뜻이다. 당시 KDI에서 추정한 교통 수요는 철도 공사를 일괄 시행할 경우, 단기적으로 하루 최대 1만2428명(2025년), 장기적으로는 최대 1만1488명(2045년)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남 서부·남해안 지역민 상당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원했다. 철도 교통이 낙후된 지역이 수도권과 ‘2시간대 생활권’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 철도 사업은 선거철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다. 2016년 총선 당시 합천·진주·거제 지역 예비후보들은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최우선 공약으로 꼽았다. 2017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공약했다. 곧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 전 지사도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2018년 경남 진주에서 시민들이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경남 진주에서 시민들이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고 있다. 뉴스1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고 있다. 뉴스1

지방선거에 당선된 김 전 지사가 취임 후 문 정부에 공식 건의, 2019년 균형발전을 이유로 예타 면제를 받았다. 이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 퍼주기” “총선을 겨냥한 매표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경남지역 여야 예비 후보가 너도나도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개통’을 공약하고 나섰다. 기재부가 ‘적정성 재검토’를 결정하면서 당초 계획(2027년 완공)보다, 철도 개통이 연기될 것이란 도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류 트라이포트?…대형화물 운송 못 해

남부내륙철도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없는 ‘반쪽 철도’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객(旅客) 전용’ 철도로 설계 중이어서 컨테이너·유류 등 대형 물류 운송이 안 된다. 대형 화물까지 운송하려면 노반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 많 비용이 추가된다고 한다.

지난 1월 11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상영된 가덕도신공항 홍보 영상. 사진 부산시=연합뉴스

지난 1월 11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상영된 가덕도신공항 홍보 영상. 사진 부산시=연합뉴스

하지만 그간 거제 등 자치단체는 남부내륙철도가 개통하면, 가까운 가덕도신공항·부산신항과 철도·항공·항만이 연계된 ‘물류 트라이포트(tri-port)’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남부내륙 빈 곳을 빠르게 연결하는 등 나름 필요한 인프라인데, 정치권이 예타 면제로 성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제대로 건설할 기회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교수는 “지자체가 ‘예타 통과’에 급급해 사업비를 줄이려고 70·80년대 통일호 시대에나 있을 법한 ‘단선 철도’로 추진했는데, 그런 노선을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예타 면제’해준 것”이라며 “(단선은) 양방향 통행이 안 되니, 건설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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