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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묶인 채 눈엔 까만테이프 칭칭…20년 봉인 풀린 '비밀의 수용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20년 넘게 봉인됐던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미국 법이 적용되지 않는 쿠바 기지에 설치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군은 기소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채 용의자들을 장기간 구금해 비판을 받아왔다.

영국 매체 BBC 문도(BBC 스페인어판)는 7일(현지시간) 관타나모 수용소의 초기 수용자 도착 장면과 수감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진 자료를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매체는 미 정보자유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20년 이상 지난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BBC 문도는 "수용자들이 손과 발에 수갑을 찬 채 미 군용기 편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용소로 도착했다"며 "수용자들이 도착했을 당시 관타나모의 보안 수준, 수용자들의 첫 식사가 어떠했는지 등을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에 따르면 미 군용기에서 내린 수용자들은 손과 발에 수갑을 차고 눈과 귀가 막힌 채 미군들에 의해 버스로 이송되고 있다. 수용자들은 눈에 잘 띄도록 밝은 주황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주황색 운동화를 신고 있다.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손에는 수갑과 함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팔찌가 채워졌다. 일부 수용자에게는 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장갑을 착용시켰다. 커다란 고글에 검은색 테이프를 붙여 시야를 차단했고, 소음 방지 귀마개까지 씌웠다. 매체는 "이동 과정에서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미군의 가혹함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수용자들 식단도 공개됐는데 이들에게 한 끼 식사로 오렌지, 익힌 당근, 콩, 식빵 등이 제공됐다. 수용자들은 음식을 받을 때까지 감방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 뒤에 손을 얹고 기다려야 했다고 매체는 밝혔다.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미군 2명이 수용자 1명을 번쩍 들고 수용소 내부를 이동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매체는 "수용자 대부분이 매우 말랐기 때문에 일부 군인들은 이들을 들어 운반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수용소 내 병원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수용자들도 있었다. 영양실조 등으로 침상에 누워있는 수용자들의 손에는 역시 수갑이 채워져있다. 미군 여러 명이 침대에 결박된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BBC 문도는 해당 사진들은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장관을 비롯한 미 국방부 고위층에 수용소 생활을 설명하기 위해 군 사진가들에 의해 촬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초창기 모습 일부가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 BBC Mundo 캡처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사태가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해외에서 잡아들인 테러 용의자 등을 수용하기 위해 2002년 쿠바 군사기지에 설치한 시설이다.

명백한 증거가 없는 용의자를 기소도 하지 않은 채 실어 나르거나 수용자들에게 고문에 해당하는 심문 기법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매체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한때 800명에 육박하는 수용자가 수감됐으나 현재 30명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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