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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원경의 돈의 세계

딥페이크의 두 얼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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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원경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조원경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배우 원빈을 닮은 아담이란 사이버 가수가 있었다. 1998년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최고 인기 연예인만 섭외하는 음료 광고의 모델도 했다. 이후 기술적 한계와 2집 앨범 실패로 홀연히 사라졌다. 2021년 탄생한 가상인간 광고모델 로지(22세)는 늙지 않는 인공지능(AI) 셀럽이다. 스캔들 날 일도 없으니 광고에서 맹활약해 몸값이 크게 올랐다. 가상 인간을 포함한 걸그룹과 보이그룹까지 인기몰이를 하는 세상이다.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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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포르노 배우 얼굴에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유명인 모습을 합성한 포르노 영상이 나타났다. 미국 인터넷 사이트 레딧에 Deepfake라는 유저가 처음 올려 딥페이크 포르노라 불렸다. 지난해 미국에서 AI 연기자에 맞서 배우와 작가 노조가 파업하는 사태로 할리우드에 비상이 걸렸다. 인간의 흔들리는 일자리 불안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물론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이 콘텐트 미디어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다는 평도 있다. 죽은 배우도 살려내 그리움을 달래고 나이든 배우의 젊은 시절도 재현하니 좋기도 하다. 진실만 지킨다면 딥페이크는 서로 다른 영상과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기술로 환영받을 수 있다. 배우도 AI 아바타 저작권으로 추가 수익을 챙길 수 있어 반대만 하지는 않는다. 출연료를 줄여 영화 제작에 긍정적 영향도 끼친다.

딥페이크의 우려되는 점은 가짜 뉴스 파급이란 ‘만델라 효과’에 있다. 한때 많은 미국인은 넬슨 만델라가 1980년대에 감옥서 죽었다고 착각했다. 그가 1990년대에 석방돼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된 후 2009년 죽었는데도 말이다. 지난 2월 유럽연합(EU)이 AI 규제법을 승인했다. AI 알고리즘의 권력화와 탈진실을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거철이라서 그런가. 진실에서 약간 빗나간 사안도 묵과하면 엄청난 괴리로 해악이 된다는 게 정말 실감 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