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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ELS 의혹, 은행 조직적 개입 정황" 당국, 임원 제재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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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내부 통제 미흡 책임을 물어 금융사 임원 제재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강도 높은 제재안이 나오면 ELS 손실 배상에 대한 금융사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정 시기·창구서 판매 집중…조직적 개입”

금감원은 ELS와 관련해 은행의 조직적 개입이 불완전 판매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보고 있다. 6일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특정 시기 특정 지점 및 창구에서 ELS 상품이 대량으로 팔려 나간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은행들이 ELS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고위험 상품인 ELS 판매를 은행이 조직적으로 독려하면서, 불완전 판매를 오히려 더 부추겼다는 뜻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12월 사이 이뤄진 금융사 ELS 판매 실태 점검 결과, 핵심성과지표(KPI)상 ELS 판매 드라이브, 계약서류 미보관 같은 관리상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까지 11개 주요 판매사(은행 5개사·증권 6개사)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였다. 검사 결과를 종합해 금감원은 오는 11일 1차 배상안 격인 책임분담안을 내놓는다.

“임원 제재 배상안 압박될 것”

금감원이 ELS 판매에 은행 관리 책임을 묻는다면 판매 직원은 물론 임원에 대한 제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금융사에 내부 통제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같은 기관 제재는 물론 임직원 제재도 가능하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ELS 판매와 관련해 책임 있는 분이 아직 현직에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제재는 가능하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ELS는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신탁법 위반, 조직적 KPI 설계 등에 따른 내부 통제 소홀 등이 문제 될 수 있다”면서 “손실 금액이 상당해,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보다 더 높은 제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금감원은 오는 11일에 책임분담안만 우선 발표하고, 이후 검사 결과를 최종 종합해 제재 대상과 수위 등을 결정한다.

이런 제재 방침은 향후 배상안 놓고 은행권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이 책임분담안을 내놓더라도 실제 배상까지 이뤄지려면 은행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율배상을 하면 제재 감경 요소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제재를 피하기 위해 배상안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최종 금감원 제재안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만 자율배상을 하면 이를 고려해 제재를 감경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재 무리수 될 수도…법원서도 취소 판결

하지만 ELS 판매와 관련한 금감원의 임원 제재 방침이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DLF 사태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과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최근 법원서 모두 징계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임원의 내부 통제 기준 마련은 의무화했지만, 이를 직원들이 준수하지 않았을 때 임원에 대한 책임까지는 물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사 임직원들의 책임 소재를 좀 더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이번 ELS 사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제재와 배상안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ELS는 DLF 사태 때와 달리 상품 자체가 문제가 없는 데다,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도 아직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적으로 불완전 판매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부인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자율 배상은 사외이사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사안인데, 임원 제재를 피하고자 배임 리스크까지 지면서 이사회가 이를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실제 제재가 이뤄져도 이것이 정당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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