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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시달리던 공무원 사망…김포시 "누리꾼 고발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30대 9급 공무원이 숨진 가운데 김포시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6일 경기 김포시청 앞 전광판에 전날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9급 공무원 A씨를 추모하는 글이 적혀있다. 사진 김포시

6일 경기 김포시청 앞 전광판에 전날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9급 공무원 A씨를 추모하는 글이 적혀있다. 사진 김포시

경기도 김포시는 6일 온라인 카페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자문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에 적시할 구체적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또 숨진 30대 공무원 A씨를 상대로 작성된 신상정보 공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민원 전화 통화내용 등 고발을 위한 증거를 확보했다.

시청 본관 앞에는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오는 12일까지 운영된다. 시는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나아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상 유포한 누리꾼 신상도 유포…카페 운영진 사과

A씨는 전날 오후 3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경기 김포시 한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진 것에 대해 최근까지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다. 당시 편도 3차로 중 2개 차로를 통제한 공사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당일 오후 9시 40분쯤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지난 1일 부동산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올라온 포트홀 관련 민원 글과 지난달 29일 A주무관의 신상을 거론한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1일 부동산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올라온 포트홀 관련 민원 글과 지난달 29일 A주무관의 신상을 거론한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초반에는 A씨를 비난하는 글이 없었으나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했고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해당 누리꾼은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다’, ‘공사 승인하고 집에서 쉬고 계신 분이라고 한다’며 여러 차례 A씨의 신상을 공유했다.

이날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신상을 공개한 누리꾼 B씨의 신상도 온라인을 통해 확산했다. 누리꾼들이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던 B씨의 블로그를 통해 B씨로 추측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 등을 찾아낸 것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신상이 퍼지자 블로그 등은 초기화된 상태다.

한편 카페 운영진은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점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운영진은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런 게시물이나 댓글을 잘 살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A씨 신상이 공개된 게시물들은 삭제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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