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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선 잿더미 됐다…"테슬라 잊어라" 이틀새 시총 101조 증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기차 ‘게임 체인저’로 꼽히던 테슬라가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거대 소비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가 하면, 독일 공장에서 불이 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악재가 돌출하고 있는 탓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

이틀 새 시총 100조 증발했다…왜?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일 대비 3.93% 내린 180.74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 규모만 760억달러(약 101조원)에 달한다.

주가 하락에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기가팩토리 공장이 좌익 극단주의 단체의 방화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직격탄이 됐다. 이날 하루에만 1000대의 차량이 완성되지 못했으며, 이번 정전으로 인한 손실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2월 출하량이 1년 전보다 19% 줄었다는 보도로 주가가 빠지기도 했다. 로이터는 같은 날 애널리스트 트로이 테스라이크의 입을 빌려 “가격을 낮췄는데도 중국 판매가 부진한 것은 수요 문제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테슬라의 성적표도 침울하다. 차량 가격을 최대 19% 내렸는데도,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영업이익률(지난해 4분기 8.2%)이 전년 동기(16%)에 비해 반 토막 난 탓이다. 중국 비야디(BYD)에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뺏기기도 했다.

당분간 전기차 수요 자체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다 보니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가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테슬라는 2021년과 2022년 미국 증시 시총 5위 안에 들었지만 현재는 12위로 밀려났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의 상승을 이끄는 7개 주요 기업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M7)’ 명단에서 테슬라를 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짐 팔리 포드차 CEO는 지난달 8일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찾고 있다면 테슬라와 완전자율주행(FSD)를 잊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패러다임, 전기차에서 AI로 전환됐다”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배경으로는 ‘전기차에서 인공지능(AI)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 지목된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시장이 전기차에서 AI로 전환되면서 엔비디아가 테슬라의 후계자가 됐다”고 했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테슬라가 올해와 내년에 미지근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회사의 성장 내러티브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를 두고 “(투자자들에게) 대안이 늘면서 테슬라가 밀렸다”며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 또는 자율주행·로봇 부분에서의 구체적인 상용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엔비디아 역시 테슬라처럼 주가 급등기 이후 큰 폭의 하락장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AI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수년 전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중반의 인터넷처럼 AI가 생산성 향상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AI와 비AI의 괴리는 지나치다”며 “1위인 엔비디아와 최하위인 테슬라의 올해 수익률 격차는 100%p에 이르고 애플과의 차이도 90%p가 넘는다”고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이 쓴 ‘엔비디아도 테슬라의 길을 걸을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는 “차세대 ‘애플’로 불리던 테슬라는 시장 점유율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마진도 떨어지고 있다. 테크 산업에서 이러한 모습은 죽음의 징조(Kiss of Death)와 같다”며 “일련의 사례는 AI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을 가진 엔비디아 주주들에게 경각심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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