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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의 새 시즌 키워드는? "도루왕, 홍창기, 류현진 선배님"

중앙일보

입력

빠른 발과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34)이 6년 만의 '왕좌 탈환'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뛰려고 한다. 다시 한 번 도루왕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안타성 타구를 호수비해 LG 우승에 큰 힘을 보탠 박해민. 뉴스1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안타성 타구를 호수비해 LG 우승에 큰 힘을 보탠 박해민. 뉴스1

박해민은 지난 10시즌 중 9번이나 도루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가대표 '대도'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2015년에는 60도루 고지를 밟는 돌풍을 일으켰다. KBO리그에서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선수는 역대 단 3명(전준호·이대형·박해민)뿐이다.

통산 도루 수도 368개로 역대 9위에 올라 있다. 6위 김주찬이 388개, 공동 7위 정근우·이순철(이상 은퇴)이 371개라 올해 안에 순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2020년에는 단 한 개 차로 다섯 번째 도루왕을 놓치는 아쉬움도 맛봤다.

올해는 박해민이 도루왕 복귀를 노릴 최적의 시즌이다. KBO리그는 올해부터 베이스 크기를 3인치(7.62㎝) 확대한다. 베이스가 기존 15제곱인치(15인치×15인치)에서 18제곱인치(18인치×18인치)로 커지면서 1~2루간과 2~3루간 거리가 4.5인치(11.43㎝) 짧아졌다.

박해민은 "새 베이스를 이전 것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커졌다는 느낌을 확 받았다. 앞으로 더 많이 움직여도 될 것 같다"며 "최근에는 팀도 옮겼고 상대 견제도 심해 마음속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잘 뛰지 않았다. 올해는 조금 더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LG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박해민. 사진 LG 트윈스

LG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박해민. 사진 LG 트윈스

박해민은 2022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LG로 이적했다. 그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타격을 강점으로 내세운 외야수가 여럿 나왔지만, LG는 수비 잘 하고 발 빠른 박해민에게 4년 총액 60억원을 안겼다.

박해민은 그 후 2년간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장하면서 LG가 그를 선택한 이유를 보여줬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와 기민한 야구 센스로 우승에 필요했던 퍼즐 한 조각을 확실히 맞췄다. LG는 결국 지난 시즌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숙원을 풀었다.

박해민은 "나뿐 아니라 오스틴 딘, 박동원 등 많은 선수가 가세하면서 팀이 더 강해진 거다. 모든 선수가 하나가 돼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어렸을 때(2014년) 삼성에서 우승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형들에게 의지했다는 느낌이었다면, 지난 시즌에는 베테랑 선수로서 힘을 보태면서 우승을 해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우승의 기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정말 좋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LG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박해민. 사진 LG 트윈스

LG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박해민. 사진 LG 트윈스

박해민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3년 후배 홍창기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켰다. "타격은 나보다 창기가 낫다. 아무리 후배라도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면 내가 배울 건 배워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해 1번 타자였던 '출루왕' 홍창기를 올해 2번 타순에 배치하고, 박해민을 리드오프로 기용해 테이블 세터의 득점력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박해민은 "이 계획이 잘 이뤄지려면, 그 열쇠는 내가 쥐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내가 (홍창기 앞에서) 더 많이 치고 나가야 한다"며 "창기의 영상도 많이 보고 조언도 구하면서 계속 함께 다녔다. 동료지만 경쟁자일 수도 있는 내게 노하우를 다 알려줘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월 24일에 태어난 박해민은 매년 스프링캠프지에서 생일을 맞아야 한다. 그런 선배를 위해 홍창기, 백승현, 신민재, 최동환, 이상영 등 후배들이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마련해줬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성적뿐 아니라 팀워크에서도 '1등'이 되어가고 있다.

박해민은 "늘 내 생일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날 중 하나였는데, 올해는 후배들이 방문을 두드리더니 케이크에 불을 켜고 노래까지 불러줬다'며 "후배들인데도 내가 선물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도 이 마음에 보답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LG 우승에 큰 힘을 보탠 박해민. 뉴스1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LG 우승에 큰 힘을 보탠 박해민. 뉴스1

박해민은 올해 유독 이루고 싶은 게 많다. 도루왕과 2년 연속 통합 우승은 기본이고, 시즌 종료 후엔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프리미어12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모두 경험한 박해민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국가대표 버킷 리스트'다. 올해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류현진이 프리미어12 출전 의지를 밝힌 것도 그 희망의 기폭제가 됐다.

그는 "여러 국제대회에 나가봤는데, 프리미어12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때마침 류현진 선배님도 프리미어12에 출전하고 싶어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꼭 한 번은 류현진 선배님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올 시즌 정말 잘해서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싶다"고 거듭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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