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대통령 vs MAGA 어게인…'역대급 비호감 대선' 스타트 [수퍼화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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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15개 주(州)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치러진 민주ㆍ공화 양당의 대선 경선에서 각각 완승을 거두며 재대결이 사실상 결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15개 주(州)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치러진 민주ㆍ공화 양당의 대선 경선에서 각각 완승을 거두며 재대결이 사실상 결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가 첫 임기 때처럼 우리를 혼란, 분열, 어둠으로 끌고 가도록 허용할 것인가.”(조 바이든)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다. 미국은 솔직히 죽어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5일(현지시간) 미국 15개 주(州)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치러진 민주ㆍ공화 양당의 대선 경선에서 싹쓸이에 가까운 승리를 거둔 조 바이든(81)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은 사실상 양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16개 지역에서 한꺼번에 경선이 열려 ‘수퍼 화요일’로 불리는 이날 두 사람이 각각 압승하며 리매치가 기정사실화되자 곧바로 상대를 집중 공격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바이든ㆍ트럼프, 경선 한 곳 빼고 싹쓸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모아를 제외한 15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는 70.6%(미네소타 개표율 98% 기준)에서 최고 90.9%(아이오와 개표율 97% 기준)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모아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사업가 제이슨 팔머가 깜짝 1위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받기 위해선 민주당 전체 대의원 3934명 중 과반 1968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6일 오전 4시 기준 1384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을 치른 15개 주 가운데 버몬트주에서만 석패했을 뿐 나머지 14개 주에서 모조리 이겼다. 그가 승리한 곳의 득표율은 59.9%(매사추세츠 개표율 79% 기준)에서 최고 87.6%(알래스카 개표율 99% 기준)를 기록했다. 버몬트주에서는 유일한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개표율 99% 기준 49.9%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5.9%)을 앞섰지만 대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공화당 전체 대의원 2429명 중 과반 1215명이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매직넘버’인데 트럼프는 6일 오전 4시 기준 913명을 확보했고, 헤일리는 86명에 그쳤다.

수퍼 화요일 대패 시 경선 후보직 사퇴 가능성이 제기됐던 헤일리 전 주지사 측은 이를 일축했다. 헤일리 선거 캠프 올리비아 페레스-쿠바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이런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선 레이스 유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ㆍ트럼프, 상대에 화력 집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제6차 경쟁위원회 회의에서 발언 도중 옆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제6차 경쟁위원회 회의에서 발언 도중 옆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과 트럼프는 사실상 본선 대진표가 결정되자마자 타깃을 상대 후보에 맞추고 화력을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불만과 욕심으로 움직이며 미국 국민이 아닌 자신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는 우리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여성의 보건 자유를 빼앗기 위해 결심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예정된 국정 연설에서 집권 후반기 비전을 제시하며 본선 채비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 연설에서 “바이든 정부 들어 우리 도시가 이민자 범죄로 넘쳐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독립국인데 이제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미국은 제3세계 국가가 됐다”며 “우리는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수퍼 화요일’ 경선 승리가 확정된 뒤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수퍼 화요일’ 경선 승리가 확정된 뒤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우려도

하지만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바이든은 지지층 민심 이반, 트럼프는 확장성의 한계라는 약점이 재확인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에 기운 행보로 아랍계 미국인 등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을 샀는데, 이날 미네소타(18.9%)ㆍ노스캐롤라이나(12.7%)ㆍ매사추세츠(9.4%)ㆍ콜로라도(8.0%) 등 곳곳에서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 또는 ‘선호 없음’(No Preference) 표가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에 항의하는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조직적 캠페인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버몬트주에서 헤일리 전 주지사에게 패배를 당한 게 뼈아프다. 지난 3일 워싱턴 DC에 이어 민주당 색채가 짙은 지역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중도 확장 능력의 한계를 거듭 드러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링에 오르게 될 두 사람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반감도 강하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과 ‘마가(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어게인’ 간의 대결로 표현되면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 미 통계분석 사이트 파이브써티에이트에 따르면 두 사람의 비호감도는 호감도보다 높아 꾸준히 50%를 상회하고 있다. 5일 기준 바이든과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각각 55.4%, 52.1%를 기록했다.

공식 후보 지명은 7월(공화당)과 8월(민주당) 전당대회지만 수퍼 화요일 완승으로 대세가 결정난 만큼 대선 본선 모드가 조기에 가동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5일까지 8개월의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절차를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절차를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8개월 최장 본선 레이스, 비용 치를 것”

미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본선이 길어지는 만큼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이번 대선 본선은 사실상 8개월간 진행되는 최장기 레이스”라며 “정책 대결이 아니라 네거티브 캠페인이 횡행하면서 정치 혐오가 더욱 짙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영의 정치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증오를 부추기며 정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다.

차악(次惡)의 선택을 강요받는 비호감 대결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후보 선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루블린 아메리칸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지금과 같은 극단적 상황은 선거 제도나 후보 지명 절차를 개혁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경합 우세’…국경 등 변수 여럿

현재까지 판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합 우세’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까지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국 단위 여론조사 591개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 평균치(45.6%)가 바이든 지지율 평균치(43.5%)를 2.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다만 대선까지 남은 8개월 동안 경제, 국경 문제, 낙태권 논란, 유럽ㆍ중동 두 개의 전쟁 등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여럿이다. 무엇보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각각 꼽히는 고령 리스크,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80%는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다시 수행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보고 있으며, 응답자의 대략 절반이 4건의 형사 기소로 재판 중인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투표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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