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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상급종합병원 직행, 스스로 응급실행 막힌다

중앙일보

입력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서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동네의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직행하는 길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가 스스로 응급실에 갈 경우 진료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밝힌 후 보건복지부가 구체적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을 고쳐 한시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지금은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에 가려면 동네의원(1차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지역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을 거쳐야 한다. 동네의원에서 바로 가거나 2차병원에서 가면 된다. 진료 의뢰서를 갖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진료 차질이 심해지면 1차 의료기관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수 없게 된다. 2차 병원의 진료 의뢰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웬만한 질환은 2차 병원에서 해결하고 거기서 진료하기 힘든 중증 질환 환자만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라는 뜻이다. 지금은 상급종합병원 가는 걸 환자가 선택하지만, 앞으로는2차 병원의 판단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부는 다른 방안으로 진료비 부담을 높여 3차 병원행을 막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1차에서 3차 병원으로 갈 경우 진료비를 100% 환자가 부담하는 방안이다. 80%, 90% 부담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진료 차질이 장기화하더라도 응급실·중환자실이 제대로 운영되고, 고난도 수술도 웬만큼 유지돼야 한다. 그리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이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이나 경증 환자는 2차로 내려보내야 하는데, 상급종합병원이 그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서 중증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이용도 제한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해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가 이송하는 경우, 병원 간에 전원한 경우만 응급실에서 수용하게 된다. 환자가 스스로 응급실에 가면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가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이기 때문에 대형병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만들어 곧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평상시에는 보름 이상 걸리는데, 이를 최대한 단축해 일주일이나 열흘 안에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 중 2차 병원에서 온 경우보다 1차 의료기관이 보낸 사람이 훨씬 많다"며 "이런 환자 보느라고 중증환자 진료 여력이 떨어지는데, 정부의 조치가 시행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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