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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 넘어 두 바퀴로” LG엔솔 쿠루, 배터리 교환사업 시작

중앙일보

입력

LG에너지솔루션 사내 독립기업 쿠루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사내 독립기업 쿠루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네 바퀴(전기차) 시장 침체로 겨울을 맞은 배터리 기업들이 두 바퀴(전기 이륜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전기 이륜차 운전자가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유료 구독하면 정해진 장소에서 충전용 배터리를 곧바로 교체할 수 있는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사내 독립기업 쿠루(KooRoo)를 통해서다.

현재 쿠루의 BSS는 배달 수요가 많은 서울 관악구·동작구 등 한강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180여대가 가동 중이다. 쿠루는 연내에 서울 전역으로 스테이션 설치 지역을 늘리고 2025년까지 수도권에 1000대 이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전기 이륜차 충전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만큼 충전 스테이션을 크게 늘려 초반 시장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BSS 서비스는 전기 이륜차 제조사들이 주로 운영 중인데, 배터리 셀 제조사가 BSS 시장에 뛰어든 건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전기 이륜차는 기름을 넣어야 하는 일반 이륜차 대비 차량 유지비가 절반 수준이어서 최근 배달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쓰던 배터리가 방전되면 BSS에서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기만 하면 되고, 일반 이륜차보다 소음과 매연도 적다. 쿠루에 따르면 라이더가 하루 125km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일반 이륜차는 연료비·보험료 등 한 달 유지비로 약 47만 원을 쓰지만 쿠루의 무제한 요금제(월11만원)을 사용하면 유지비가 23만 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팩 성능과 안전 측면에서 기존 BSS와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는 초 단위로 쿠루 배터리 팩의 충·방전 정보를 수집하고, 잔존 수명·온도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충전 스테이션의 혼잡도를 미리 확인하거나 교환할 배터리를 사전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도 모바일 앱으로 제공한다.

다만 이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부를 내려면 전기 이륜차 시장의 배터리 규격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배터리 교환형 충전 방식은 전기차 시장에서 먼저 시도됐었지만, 규격 통일에 실패해 시장 자체가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와 달리 전기 이륜차는 배터리 용량·크기가 작고 교체도 간편한 편이라 BSS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본다.

국내 전기 이륜차 시장규모는 2019년 255억원 수준에서 3년 만에 약 532억원까지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 이륜차 시장은 2023년 7400억원에서 2027년 1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대만 전기 이륜차·충전플랫폼 점유율 1위 기업 고고로. 도쿄=이희권 기자

대만 전기 이륜차·충전플랫폼 점유율 1위 기업 고고로. 도쿄=이희권 기자

해외에서는 일본 혼다·대만 고고로 등 이륜차 제조사들이 직접 BSS 사업까지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제조사가 운영하는 BSS는 서로 다른 브랜드끼리 배터리 호환이 어렵지만 쿠루의 BSS는 사전 협의를 통해 다수의 국내 주요 이륜차 모델과 호환되는 배터리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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