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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전기차보다 더 큰다”고 한 ESS 시장, 침체한 K배터리 돌파구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AFP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AFP

“수년 동안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사업이 전기차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2023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181만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38% 늘었는데, ESS는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전년(6.5GWh) 대비 두 배 넘게 늘어난 15GWh를 공급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ESS 시장이 전기차 판매 둔화로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가 핵심 장비다. ESS 시장의 성장은 배터리 업계에도 기회인 셈.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ESS 전체 시장 성장률이 4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는 ESS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밀린다. 시장 점유율 1~3위는 중국 기업들이고, 특히 CATL이 43.4%(2022년 기준)로 압도적인 1위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7%대에 머물러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배터리 제품 'TR 1300'. 제조 공장에서 팩을 랙에 조립한 후 ESS 사이트로 출하해 설치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배터리 제품 'TR 1300'. 제조 공장에서 팩을 랙에 조립한 후 ESS 사이트로 출하해 설치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급망 다양화로 진출 틈 열려

그런데 중국 주도의 ESS 시장의 판도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ESS 기업인 플루언스 에너지는 지난해 실적 발표회 등에서 배터리 공급망 다양화를 경영 목표로 여러번 제시했다. 그러면서 CATL과 중국 기업 엔비전AESC로부터 주로 배터리를 공급받았지만 최근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 등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다른 ESS 업체들도 기존 중국 업체 중심의 공급망을 여러 나라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미국 ESS업체들이 중국 대체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산업이 성장하면 부품 조달처를 다양화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존엔 중국 과점 시장이었지만 한국 기업들이 들어갈 틈이 넓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열리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 ESS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프리미엄 배터리(NCM, 니켈·코발트·망간)에 집중했기에, LFP 배터리에선 후발주자이지만 최근 LFP 배터리의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미국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설립하고 ESS 구축·운용도 포함하는 SI(시스템 통합 솔루션)까지로 ESS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처음으로 ESS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6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ESS용 LFP 배터리 셀을 전시하고, LFP 표준화 전력망 ESS 라인업의 첫번째 제품인 ‘JF1 직렬(DC)-링크’도 공개할 예정이다.

LG화학 직원이 충북 청주 오창읍에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 직원이 충북 청주 오창읍에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화재방지 기술 높은 한국산 배터리

아직까진 중국산 LFP 배터리에 비해 한국이 가격이 높은 편이다. 국내 업체들은 가격 차를 상쇄하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화재방지 솔루션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ESS용 배터리는 한번 불이 나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어 화재안전성이 중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SK온은 인터배터리에서 북미 ESS 화재 안전 인증을 받은 열 확산 방지 솔루션 기술을 공개하고, 자체 개발한 ESS 모형도 공개하며 ESS 사업 본격화를 알릴 예정이다.

또 삼성SDI의 주력 ESS 제품인 SBB(삼성 배터리 박스)는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4’에서 ‘ES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SBB는 배터리뿐 아니라 전력을 관리할 수 있는 모듈도 함께 있는 일종의 일체형 제품이어서 ESS 업체가 바로 전력망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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