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배우는 협박, 여실장은 3억 꿀꺽…故이선균 이렇게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우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와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꼬리에 꼬리를 문 범죄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배우 故이선균에게 협박해 수천만 원을 받은 20대 여성 A씨가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배우 故이선균에게 협박해 수천만 원을 받은 20대 여성 A씨가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5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전직 영화배우 A씨(29·여)는 2017년 알게 된 유흥업소 실장 B(30·여)씨와 2022년 9월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며 이웃으로 지냈다. 서로를 언니·동생으로 부르며 점차 사소한 일상까지 모두 공유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A씨는 B씨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눈치챘다. 또 B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만든 유명인들과의 인맥도 알게 됐다.

지난해 9월 B씨는 또 다른 유흥업소 종업원의 남자친구가 자신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1000만원을 건네 입막음하려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자신도 B씨에게서 돈을 뜯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회사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로 해킹범을 가장해 B씨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협박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4일 "너 앨범에 있던 거 연예인 사진 많지 ㅋㅋ. 나라가 뒤집힐"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튿날에는 "곧 경찰 와요. 아니면 바로 이선균한테 사진 폭발이에요"라며 거듭 협박했다. B씨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인물이 평소 친하게 지낸 A씨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진짜 해킹범인 줄 알았다.

배우 이선균 씨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로 마약 투약혐의에 대한 3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배우 이선균 씨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로 마약 투약혐의에 대한 3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A씨는 이후 2차례 더 "수요일까지 1억원 만들어. 늦어질수록 1000만원씩 붙는다. 내 말에 부정하면 가족한테 연락한다"는 메시지를 B씨에게 전송했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대포폰 판매업자로부터 유심칩 3개를 하나당 30만원에 사들였다. 이어 불법 유심칩을 휴대전화 공기계에 갈아 끼운 뒤 또다시 카카오톡으로 B씨를 협박했으나 결국 돈을 뜯어내지 못했다.

A씨의 협박은 또 다른 협박을 만들어냈다. A씨의 협박을 받은 B씨는 이씨에게 거액을 요구했다.

그는 "휴대전화가 해킹돼 협박받고 있는데 입막음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이씨에게 3억원을 달라고 했다. B씨는 "(해킹범이) 3억원만 주면 다시는 협박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매스컴(보도)은 막자"며 이씨를 압박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9월 22일 급히 마련한 현금 3억원을 B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B씨는 현금 3억원을 혼자 챙겼고, 자신을 협박한 A씨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

B씨로부터 1억원을 받아내려다가 실패한 A씨는 이제는 직접 이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고(故) 이선균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9일 정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고(故) 이선균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A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이씨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 "'B씨에게 준 돈을 회수해서 2억원을 다시 들고 오라'고 배우(이씨)한테 전하라"며 "저 마약사범(B씨)을 구속할 건데 돈도 받아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이때도 불법 유심칩을 이용했다.

처음에는 이씨에게 1억원을 요구한 A씨는 결국 절반으로 요구액을 낮췄고,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강남 음식점에서 5000만원을 건네받았다.

검찰은 지난 1월 A씨에게 공갈·공갈 방조·공갈미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등 모두 5개 죄명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서울에서 무면허 운전으로 부산까지 갔다가 강제구인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된 B씨도 공갈 혐의가 적용돼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첫 재판은 이달 14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29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B씨 변호인이 바뀌면서 미뤄졌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0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B씨의 머리카락을 마약 투약의 증거물로 제공하면서 휴대전화 녹취 등을 토대로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제보했다. 이후 경찰의 수사는 이씨의 마약 혐의 입증하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