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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페북이 왜 삼성 만납니까"…저커버그 접견 전 밤새 열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접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접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페이스북을 하는 회사가 왜 삼성을 만나는 겁니까?”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한 윤석열 대통령이 만남 전날 참모들에게 했던 질문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의 질문에 한 참모가 “메타가 인공지능(AI) 사업에 뛰어들며 AI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그럼 LG는 반도체 기업이 아닌데 왜 메타와 만나느냐”고 되물었고 “LG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런 식의 질문과 답변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저커버그를 만나 세일즈 외교를 하기 위한 일종의 준비 작업이었다.

윤 대통령과 저커버그의 접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저커버그의 “TSMC에만 (메타의 반도체 제조를)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 협력 파트너는 삼성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언이었다. 저커버그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의존과 협력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고, 삼성에는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그날 발언이 그냥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메타의 관심사인 삼성의 AI반도체와 SK의 고대역폭메모리(HBM), LG의 메타버스 관련 기술력 등을 나열하며 국내 기업의 강점을 설명하자, TSMC에 대한 저커버그의 발언이 자연스레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메타가 필요로 하는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빠짐없이 전하려 노력했다”며 “윤 대통령은 접견 뒤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느냐’며 참모들에게 재차 확인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저커버그뿐 아니라 지난해 4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미국의 빅테크 및 AI 관련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와 샘 알트만 오픈AI대표, 빌 게이츠, 팀 쿡 애플 대표 등을 만나 첨단 산업 기술을 논했다. 그때마다 해당 기업과 한국 기업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 세일즈 외교도 이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도움이 조금이라도 된다면 어떤 기업인이라도 만나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통령실 “내년도 R&D 예산은 대폭 증액될 것”=대통령실은 지난해 논란이 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R&D 투자시스템의 개혁 과정이었다”며 “내년도 R&D 예산은 대폭 증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힌 뒤 “과기수석실은 중장기적인 계획과 더불어 2025년도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을 과학기술혁신본부 및 재정당국과 협의하에 수립하고 있다”며 “증액 예산은 청년 연구자 지원, 인공지능(AI) 반도체 프로젝트 등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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