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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6인 희생 기억해야" 홍제동 참사 현장에 소방영웅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 인근에 '소방영웅길'이 지정됐다. 서울에서 소방영웅길이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 인근에 '소방영웅길'이 지정됐다. 서울에서 소방영웅길이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 홍제동에 소방영웅길 지정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참사로 순직한 소방관 6명을 기리는 소방영웅길이 지정됐다. 서울에 소방관 명예도로가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4일 서울소방학교에서 소방영웅길 명예도로명 지정 기념식을 열었다. 순직 23주기를 맞아 열린 기념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명예도로는 실제 주소로 사용되지 않지만, 해당 지역과 관련 있는 인물의 사회 헌신도와 공익성, 지역 역사와 문화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지자체장이 지정할 수 있다.

서울시 최초 명예도로 지정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소방영웅길이 지정됐다. 사진 서울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소방영웅길이 지정됐다. 사진 서울시

소방영웅길은 지하철 홍제역 3번 출구에서 고은초등학교 앞까지 382m 구간이다. 이 길은 2001년 3월 4일 홍제동 화재 참사가 발생한 주택 인근에 있다. 당시 서부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은 5분 여만에 불을 끄고, 시민 7명을 구조한 뒤 잔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아들이 안에 있다. 제발 좀 살려달라”는 집주인 외침에 소방관들은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지만,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6명이 매몰됐다. 동료 소방관들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밤새 건물 잔해를 치우며 노력했지만, 박동규·김철홍·박상옥·김기석·장석찬·박준우 소방관은 순직했다. 방화범은 집주인 아들이었다.

소방영웅길 소화전에 새긴 표식. 사진 서울시

소방영웅길 소화전에 새긴 표식. 사진 서울시

소방영웅길 안내 표지판 설치, 맨홀에 표식 새겨 
이후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제동 화재 참사는 단순히 소방관 6명이 사망했다는 것이 아니라, 소방관의 숙명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고”라며 소방영웅길 지정을 요청했다. 소방영웅길은 경기도 평택에 소방관 이병곤길이 2021년 국내 최초로 지정됐고, 지난해 울산 중구에 ‘소방관 노명래길’이 생겼다.

홍제동 소방영웅길에는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고, 소화전 6개 맨홀 덮개에도 표식이 새겨졌다. 여기에 서대문구는 도로명판을 설치했다. 기념식에서 고(故) 장석찬 소방관의 딸 장지형 씨는 “아버지는 말 그대로 영웅”이라며 “꼭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방영웅길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이 여섯 소방영웅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며 “소방관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화재·구조·구급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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