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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1곳이나 있는데도 '노잼 도시'…'송도 대학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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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초입에 설치된 대학 상징물. 송도에는 연세대, 인천대 등 6개 국내대학과 5개 외국 대학 등 총 11개 대학이 위치해 있다. 연수구청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초입에 설치된 대학 상징물. 송도에는 연세대, 인천대 등 6개 국내대학과 5개 외국 대학 등 총 11개 대학이 위치해 있다. 연수구청

인천시의 유흥가 중 하나인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거리는 요즘 ‘궐리단길(구월동+행리단길)’로 불린다. 맛집과 특색있는 카페 등이 속속 문을 열면서 붙은 별명이다. 인근 직장인은 물론 10㎞ 이상 떨어진 송도국제도시의 대학생들도 찾아온다. 대학생 김지민(21)씨는 “송도는 술집이나 음식점 등이 문을 일찍 닫는 편이라 놀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친구들을 만날 땐 구월동으로 오거나 아예 서울로 간다”고 말했다.

청년 놀 곳 없는 송도…지하철역-캠퍼스 ‘페스티벌 거리’ 만든다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에 서울 신촌, 홍대 등 ’대학로’ 같은 청년 문화 특화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인천글로벌캠퍼스와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일대에 1·2단계에 걸쳐 대학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1단계는 인천지하철 1호선 캠퍼스타운역~연세대 입구와 테크노파크역~인천글로벌캠퍼스 일대를 중심으로, 2단계는 연세대 인근부터 송도 11공구까지 청년 문화 거리로 개발한다.

특히 대학생들이 지하철역과 각 캠퍼스 사이 광장과 보행 데크를 걸으면서 축제·공연·전시 등을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시간·요일제로 차 없는 거리를 도입해 가족 여가·문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인근 복합쇼핑몰 등 민간과 연계한 다양한 축제·공연·전시 등 이벤트 행사도 추진한다. 올해 안에 관련 사업 규모와 예산 등을 확정하고 이르면 2027년쯤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현재 인천시엔 4년제 대학 9곳과 외국 대학 캠퍼스 4곳, 전문대학 5곳, 대학원대학 2곳 등 총 20개 대학이 있다. 이 중 송도에만 국내외 유수 대학 11곳(국내 6곳·외국 5곳)이 있거나 조만간 입주할 예정이다. 인천대(송도캠퍼스), 연세대(국제캠퍼스), 인천 가톨릭대(송도국제도시캠퍼스), 인천재능대(송도국제화캠퍼스), 인하대(예정), 한국외국어대(예정) 등이다. 한국뉴욕주립대와 한국조지메이슨대,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뉴욕패션기술대 등 해외 대학 분교는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해있다.

송도에만 2만여명이 넘는 대학생이 재학 중이며 인근 연수동엔 가천대 메디컬 캠퍼스도 있다.

문제는 부족한 청년 문화 공간이다. 송도는 개발 초기부터 국제업무 단지, IT·BT(정보통신·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 단지 같은 업무지구와 주거지구로 이뤄진 계획도시라 유흥가가 없다. 식당이나 술집 등이 있는 상업지구도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해 대부분 일찍 문을 닫는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초입에 설치된 대학 상징물. 송도에는 연세대, 인천대 등 6개 국내대학과 5개 외국 대학 등 총 11개 대학이 위치해 있다. 연수구청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초입에 설치된 대학 상징물. 송도에는 연세대, 인천대 등 6개 국내대학과 5개 외국 대학 등 총 11개 대학이 위치해 있다. 연수구청

인천대 장순규(수학교육과 18학번) 총학생회장은 “몇 년 전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인근에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각종 음식점과 술집 등이 들어선 타임스페이스가 생기긴 했지만, 연세대나 글로벌캠퍼스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라며 “대학로처럼 함께 먹고, 즐기고, 토론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의견 38건 중 25건이 청년 공유공간이나 청년 이용 상권을 요구하는 의견이었다. 연세대가 국제캠퍼스 재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평소에 놀 때 송도 대신 서울로 이동하는 이유’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88.2%가 ‘놀 거리 부족’을 꼽았다.

연수구 관계자는 “대학 12곳이 모여있는 자치구는 전국에서 연수구가 유일한데 대학생들이 ‘놀 곳이 없다’는 민원이 빈발해 ‘대학로 설치’를 요구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송도 대학로 개발…주거지역 소음·비싼 물가 우려도

송도 대학로 위치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 대학로 위치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일각에선 대학로 조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40대 주민은 “날이 따뜻해지면 일부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 등을 치우지 않고 가는 일도 많은데 대학로가 생기면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근 한 식당 상인은 “대학로의 특징은 싼 가격인데 송도는 인천에서도 물가가 비싼 지역”이라며 “임대료 등이 낮춰지지 않는 한 물가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대학생은 물론 송도 주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국내외 트랜드를 이끄는 문화체험형 공간을 조성하고 지역 명소로 만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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