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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해봤더니 ‘선관위원장=바지사장’ 말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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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의료대란·선관위 지원 주무 이상민 행안부 장관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4·10 총선을 앞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체적인 투개표 시스템 개선을 지원하는 데 열심이다. 정부 유일의 선거 지원 부처인 행안부 수장으로서의 행보지만, 자칫하면 오해를 부르거나 야당의 공격을 당할 위험성이 있다. 그런데 왜 이 장관은 발 벗고 나선 것일까? 무슨 계기가 있을까?

2020년 총선 ‘부정 논란’이 기폭제

“변호사 시절인 4년 전 총선 때였죠. 부정 선거 논란이 거셌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저명인사들이 계속 얘기를 해 들여다보니 좀 이상한 것들이 있는 거 아닌가….”

현직 판사 재판 바빠 선관위 업무 챙기기 어려워
부정선거 인정 않지만 투개표 허점 개선은 필요
사전투표 현장 날인, 불편 없고 시간도 안 걸려
아직 공공병원은 여유…전공의들 일단 복귀하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선거 지원 주무 장관으로 처음 치르는 총선이 승자든, 패자든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한 선거로 치러져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에 선관위의 자체 개선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선거 지원 주무 장관으로 처음 치르는 총선이 승자든, 패자든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한 선거로 치러져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에 선관위의 자체 개선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그게 뭐였나요.
“투표 분류기에 대한 불신이었죠. 이건 지난해 하반기에 국정원이 ‘점검 결과 문제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또 하나는 개표 과정에서 선관위 서버가 해킹돼 전산 집계가 실제와 달리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이 두 가지가 핵심이었습니다.”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보는 겁니까.
“아닙니다. 딱 부러진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그렇다고 할 수 없죠. 또 이런 문제들에 대해 선관위가 개선에 나서, 이번 총선은 부정 시비가 상당히 줄 것 같아요. 그러나 사전 투표에서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하나는 부정한 투표지가 양산될 우려고, 다음은 이 투표지가 투표함에 투입돼 카운트될 우려죠. 이를 막을 방법은 선거법에 정해진 대로 사전투표 관리관이 투표지에 자신의 도장을 날인해 교부하는 겁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를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고, 관인이 미리 인쇄된 투표지를 교부해왔죠. 규칙이 상위 법률을 어긴 셈이라 법대로 할 것을 제언했는데, 선관위는 ‘투표 시간이 길어지고 공무원 동원이 어렵다’며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전투표지를 그야말로 ‘졸졸졸’ 따라다닌다는 전략입니다. 부정 선거 주장하는 분들은 ‘투표지가 우체국에서 선관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꿔치기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론상으론 가능합니다. 그래서 사전투표지가 해당 선관위에 도착할 때까지 전 과정을 경찰관이 따라붙을 예정입니다. 경관 3000명을 투입키로 경찰청과 얘기가 끝났습니다. 또 사전투표지가 해당 선관위에 도착하면 바로 투표함에 넣어야 하는데, 심한 경우는 2~3일 뒤에야 투함됐습니다. 그때까지 바구니 같은 데 보관돼 논란이 됐죠. 그래서 사전투표지가 선관위에 도착한 뒤 투함될 때까지 과정도 CCTV로 찍어야한다고 선관위에 얘기해둔 상태입니다.”
선관위는 현장 날인하면 시간이 늘어진다는데.
“시뮬레이션을 해 봤습니다. 총선 당일 오전 6시에 ‘땡!’ 하고 투표소 문이 열리자마자 100명이 입장하는 극단적 상황이라 가정합시다. 사전투표지 발급기가 8대, 날인 담당 관리관이 1명 배치된 가운데 현장 날인을 한 경우, 100번째 투표자는 오전 6시 13분 투표를 완료했어요. 기존 방식대로 할 경우에도 100번째 투표자는 6시 13분에 투표를 완료했죠.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투표자마다 신원 확인·투표지 발급에 1분이 걸리는데 그 사이 투표지 8개까지 도장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는 현장 날인할 공무원 동원도 어렵다는데요.
“그 이유는 보상, 즉 수당과 휴가가 미흡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당을 3만원 올렸습니다. 총선에 수고하실 공무원이 40여만명이니 100억원 넘는 액수죠. 또 휴가는 여태까지 없었던 최장 이틀 휴가제를 시행하려 합니다. 사전투표일은 주말인 금·토요일이고, 본 투표일(수요일)도 국민이 쉬는 날이잖아요? 그래서 토·수요일 근무자는 이틀, 금요일 근무자는 하루를 쉬게 하도록 대통령령으로 못 박을 방침입니다. 이르면 6일 입법 예고할 계획입니다. 중앙일보에 처음 알려드리네요.(웃음)”

지역 선관위원장, 겉핥기 업무 불가피

판사 시절 시군구 선관위원장을 지내셨는데.
“여천·소사와 원주시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사실 부끄러웠죠. 재판하기도 바빠 선관위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사무국장이 안건 보고하면 대충 의결하고, 나머지는 보고만 받은 뒤 선관위원들과 저녁 먹고 헤어지는 식이었죠.”
보고로 끝날 게 아니고 따져볼 사안도 있지 않았나요.
“부끄럽다고 얘기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회의 끝나고 바로 (식당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도시락 먹으며 회의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선거 당일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선관위원 9명이 두 세 패로 갈려 투표소 둘러보고, 저녁 때 개표 상황 보면서 앉아 있었죠. (그러다 사고 터지면 책임은 위원장이 진다던데요?) 그렇죠. 책임지는 거죠.”
시군구 선관위원장을 지낸 전직 판사가 ‘난 바지사장이었다’고 고백했는데요.
“그런 개념이죠. (공감하시나요?) 네네. 법조인의 선관위 참여는 좋지만, 현직은 재판 부담이 너무 심해 제대로 일하기 쉽지 않아요. (상근 위원장 도입에 찬성하시나요?)그렇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소회가 계실 텐데요
“지금 말하긴 적절하지 않고, 이태원 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특별법 초안에 심정이 담긴 것 아닌가요?) 특별법의 의미로 가장 큰 것은 희생자 분들을 진심으로 기억, 추도하고 유족들의 정신적·실질적 고통을 치유해드리는 거죠. 돈을 벌던 자녀가 숨져 생계가 어려워진 부모님도 계시는데 그런 분들을 돕는 내용도 있습니다.”

공공병원 응급실 환자 오히려 줄어

이 장관은 ‘의료 대란’ 주무 장관이기도 하다. 그는 “전공의들이 지금이라도 빨리 복귀하면 의사 면허를 유지할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 개시 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처벌이 4일 개시됐는데.
“시한은 지났지만, 빨리 복귀하는 이와 늦게 복귀하는 이의 처벌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명령을 송달받고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는 바로 면허를 정지할 수 있고, 복지부가 고발하는 즉시 수사기관에서 소환할 겁니다. 주동자는 구속 수사도 가능하고요.”
행안부가 담당하는 공공 의료기관은 어떤 상태인가요.
“상급 종합 병원이 수용 못하는 환자들이 공공 의료기관으로 넘어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데, 현재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주 저와 차관이 전국을 돌았는데, 여력이 충분히 있고 응급실은 오히려 환자가 줄었어요. 의원(개인 병원)을 가도 되는 경증 환자들이 상급 병원 응급실로 오곤 했는데, 요즘은 의료 대란을 의식해 ‘상급 병원 가면 치료 못 받는다’고 여겨 동네 의원을 찾고, 공공 병원에는 중환자만 오니 환자가 준 것이죠. 아이러니한 일인데, 어떤 면에선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급 병원 응급실 상황은 어떤가요.
“거리로 나선 전공의들이 대부분 그쪽 소속이니 난리 났죠. 그러나 정말 응급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만 상급 병원을 찾고 있어 환자 수도 줄었습니다. 또 공공 병원은 전공의가 많지 않은데다, 저희가 진료시간을 평일 기준 2시간 연장했고 휴일·야간 진료와 함께 군·보훈병원도 개방해 상급 병원에서 내려온 환자들까지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수요가 초과될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3차 상급병원에서만 치료 가능한 환자들이 감당의 한도를 초과할 경우가 위험한데,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듯합니다. 결국 전공의들이 빨리 복귀해야 합니다. 행정부로선 복귀 시한을 넘기면 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빨리 복귀하는 이는 선처가 가능한가요.
“네. 주동자는 몰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이는 신속히 복귀하면 의사면허를 유지할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행정부는 고발을 안할 수 없지만, 검경과 법원에선 빨리 복귀하는 전공의일수록 기소·선고유예나 벌금형 등 면허가 유지되는 선에서 선처할 공산이 큽니다. 반면 늦게 복귀하면 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을 우려가 커지고, 그러면 면허가 무조건 박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