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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늘 살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지구에서 가장 강인한 생물 종은 무엇일까? 백수의 왕 사자나 만물의 영장 인류일까? 혹은 하늘을 지배하는 독수리나 단단한 가죽을 지닌 코끼리, 바다를 누비는 상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어떤 후보든 대개 동물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구에서 가장 강인한 생물은 오히려 식물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식물 없이는 다른 생명체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식물이야말로 가장 끈질기게 살아남는 생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만약 식물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지구의 역사는 크게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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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의사소통을 한다.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아남으면서 발전시킨 생존 전략이다. 『식물의 사회생활』(2024)에 따르면 광합성을 충분히 한 나무가 뿌리에 서식하는 균을 통해 광합성이 부족한 나무에 영양분을 전달해주기도 하고,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은 식물이 화학 물질을 방출시켜 다른 식물들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식물은 미생물, 곤충, 척추동물과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태계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말인즉슨 “자연은 무엇이든 혼자서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인류가 식물의 서식지를 끊임없이 침입하는 동안에도 그렇다.

인간은 농업으로, 기후위기로 식물을 개량하고 변형하며 멸종시켜왔다. 식물이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로 바꾸어내는 기술을 지녔음에도, 정작 누구보다 그 기술이 필요한 인간은 오늘도 식물의 서식지를 신나게 파괴하는 중이다. 수십 년 뒤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땅에 아파트를 짓고, 산소 탱크 역할을 하는 산을 밀어 골프장을 짓는 그 어리석음으로. 식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인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인류가 사라지고 식물이 번성할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 동물 좀 봐, 자멸을 재촉하고 있어, 식물이 조용히 웃고 있는 것만 같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