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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무 추던 안수연, 하룻밤새 ‘백조’가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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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립발레단 안수연은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에서 스페인 인형 역할을 맡은 후 약 3개월 만에 백조의 호수 오데트 역에 발탁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발레단 안수연은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에서 스페인 인형 역할을 맡은 후 약 3개월 만에 백조의 호수 오데트 역에 발탁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는 2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새 오데트가 탄생한다. 2021년 국립발레단 정단원으로 입단해 현재 코르드(군무) 활동 중인 2003년생 안수연(21)이 그 주인공. 4단계(수석·솔리스트·드미솔리스트·코르드)로 나뉜 무용수 등급에서 가장 낮은 코르드 레벨의 무용수가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리는 ‘백조의 호수’ 주인공 오데트·오딜 역을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코르드 단원이 오데트를 맡은 것은 2009년 고혜주 이후 안수연이 두 번째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연습 중인 그를 만났다.

안수연

안수연

“새로 교체된 캐스팅 게시물을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봤는데, 오데트 역에 안수연이 있는 거예요. 가슴이 철렁했어요. 전막 주역, 그것도 ‘백조의 호수’잖아요.”

오데트는 이렇게 귀띔 한 번 없이 찾아왔다.  안수연은 캐스팅보드를 보고 자신이 주역에 발탁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처음 든 생각은 “어떡하지”였다.

“2021년 입단해 군무만 맡았고, 작년에 처음으로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 비중 있는 스페인 인형 역을 맡았어요. 그때 이를 악물고 했던 게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안수연은 발레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에 합격한 ‘될성부른 나무’였다. 5세에 발레를 시작해 8세에 무용수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이듬해인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재원에 합격했다. 선화예중에 수석 합격했고 선화예고 1학년 재학 중 출전한 대회에서 미국 휴스턴발레단 관계자의 눈에 띄어 전액 장학생으로 발레단 산하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귀국 후 국립발레단 정단원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그는 18세였다.

“(국립발레단 정단원 합격과) 동시에 대학에도 합격했지만 미련이 없었어요. 대학에 가면 발레 말고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해야 하지만, 발레단에서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발레만 하잖아요. 돈도 주고요. (웃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지난해 발등 골절로 6개월을 쉬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후 일주일 이상 발레를 쉬어본 건 처음이었다. 안수연은 그 6개월 간 “헬스장에서 살았다”고 했다.

“발은 못 쓰지만 다른 곳은 멀쩡하니까요. 쉬면서 체중 6kg을 뺐어요. ‘끝내주게 복귀하자’는 생각만 했죠.”

복귀한 그에게 주어진 것은 고전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스페인 인형 역할이었다. 처음으로 2인무를 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두 명이 춤을 추는 건 1분 남짓이에요. (그 짧은 시간에)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 뿐이었죠.”

요즘 그는 매일 오전 11시 발레단에 출근해 단체 클래스를 소화한 뒤 오후 6시까지 리허설을 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개인 연습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체력 단련실에서 근력 운동을 한다. “발레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고 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테크닉이 완성형인 무용수”라고 그를 소개했다. 32회전 푸에테 같은 고난도 테크닉도 가뿐히 해내는 그에게 주어진 숙제는 표현력이다.

“오데트의 폴드브라(팔 동작), 감정 연기가 어렵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있어요. 자신 있는 건 오딜(흑조)이지만 더 좋아하는 건 오데트(백조)예요. 선생님들이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가르쳐주시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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