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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비서' 전략공천 논란…"최고위, 당내 반대에도 밀어붙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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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전남 순천 지역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배우자실 부실장이었던 권향엽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 씨.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 씨. 뉴스1

민주당은 지난 1일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면서 권 후보의 전략공천을 최종 의결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서동용 의원의 지역을 ‘여성전략특구’ 지정했고, 여성 후보자인 권향엽 전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을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남 광양 출신으로 ▶민주당 여성국장 ▶국회정책연구위원 ▶김상희 당시 국회부의장실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권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김혜경 여사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 이번 공천에서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유일하다.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중앙포토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중앙포토

당시 최고위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권 후보의 경쟁력이 약해 서 의원과 경선을 붙여보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적지 않아 찬반 토론이 길게 있었다”며“결국 ‘여성 특구가 없다’는 공관위의 의견대로 최고위가 결국 권 후보로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도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 대표는 그저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서동용 의원은 반발했다. 서 의원은 3일 “느닷없는 결과에 많은 주민과 당원 동지가 분개하고 있다”며 “지도부와 공관위에 묻고 싶다. 국회의원 서동용이 하위 20%에 들어가 있냐, 재판에 연루되어 있냐, 아니면 경쟁력이 낮았냐”고 했다. 서 의원은 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서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여수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월 28일부터 29일까지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과 을에 거주하는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100%)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은 26%로 권 후보(12%)를 두 배 가량 앞섰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임혁백 공관위원장도 지난 1일 9차 공천결과를 발표하면서 “(서동용 의원이) 컷오프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도 권 후보가 전략공천된 것에 대해 “이건 아닌 것 같다”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며 이례적으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그래도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고 했다.

민주당 공천 파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86그룹의 대표격인 우상호 의원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서울 서대문갑에서 네 차례 당선된 우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우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년 전에는 당원이 참여하는 공천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비례대표 신청자의 예비 경선을 전당원 투표로 하고, 그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들 투표로 결정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전략공관위의 심사로 결정한다. 이 방식은 밀실에서 소수가 후보를 결정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룡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룡 기자

그러면서 “지도부가 왜 이런 자의성이 개입될 방식을 결정했는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며 “최근 당 지도부의 결정 사항 중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에 대해 지도부의 설명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우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례대표의 상향식 공천은 우리 당 정당 개혁의 기준점인데, 이를 밀실(전략공관위)에서 쿵작쿵작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6차례의 총선을 했지만, 이번처럼 지역구에 이어 비례대표까지 투명성과 공정성이 다 도마 위에 오른 건 처음”이라며 “당 지도부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거수기가 되면 계파갈등이 심화해서 결국 당원이 분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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