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남 순천 지역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배우자실 부실장이었던 권향엽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면서 권 후보의 전략공천을 최종 의결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서동용 의원의 지역을 ‘여성전략특구’ 지정했고, 여성 후보자인 권향엽 전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을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남 광양 출신으로 ▶민주당 여성국장 ▶국회정책연구위원 ▶김상희 당시 국회부의장실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권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김혜경 여사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 이번 공천에서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유일하다.
당시 최고위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권 후보의 경쟁력이 약해 서 의원과 경선을 붙여보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적지 않아 찬반 토론이 길게 있었다”며“결국 ‘여성 특구가 없다’는 공관위의 의견대로 최고위가 결국 권 후보로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도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 대표는 그저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서동용 의원은 반발했다. 서 의원은 3일 “느닷없는 결과에 많은 주민과 당원 동지가 분개하고 있다”며 “지도부와 공관위에 묻고 싶다. 국회의원 서동용이 하위 20%에 들어가 있냐, 재판에 연루되어 있냐, 아니면 경쟁력이 낮았냐”고 했다. 서 의원은 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여수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월 28일부터 29일까지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과 을에 거주하는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100%)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은 26%로 권 후보(12%)를 두 배 가량 앞섰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임혁백 공관위원장도 지난 1일 9차 공천결과를 발표하면서 “(서동용 의원이) 컷오프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도 권 후보가 전략공천된 것에 대해 “이건 아닌 것 같다”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며 이례적으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그래도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고 했다.
민주당 공천 파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86그룹의 대표격인 우상호 의원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서울 서대문갑에서 네 차례 당선된 우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우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년 전에는 당원이 참여하는 공천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비례대표 신청자의 예비 경선을 전당원 투표로 하고, 그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들 투표로 결정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전략공관위의 심사로 결정한다. 이 방식은 밀실에서 소수가 후보를 결정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왜 이런 자의성이 개입될 방식을 결정했는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며 “최근 당 지도부의 결정 사항 중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에 대해 지도부의 설명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우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례대표의 상향식 공천은 우리 당 정당 개혁의 기준점인데, 이를 밀실(전략공관위)에서 쿵작쿵작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6차례의 총선을 했지만, 이번처럼 지역구에 이어 비례대표까지 투명성과 공정성이 다 도마 위에 오른 건 처음”이라며 “당 지도부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거수기가 되면 계파갈등이 심화해서 결국 당원이 분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