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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최초 체육상' 링크 회장 "사람-말 교감 승마처럼...한국-태국 상생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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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승마협회를 후원한 하랄드 링크 비그림그룹 회장. 사진 비그림

대한승마협회를 후원한 하랄드 링크 비그림그룹 회장. 사진 비그림

"한국 스포츠에 힘을 보탠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쁨인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입니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하랄드 링크(69·독일) 태국 비그림(B.Grimm)그룹 회장 겸 태국승마협회 회장은 한국 체육계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은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링크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70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스포츠가치 부문)을 받았다.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 체육인에게 주는 상이다. 링크 회장이 체육상을 받은 건 대한승마협회가 '비록 체육인도 한국인도 아니지만, 어려운 시기 한국 선수단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며 체육회에 추천했기 때문이다.

145년 역사를 자랑하는 비그림그룹을 이끄는 하랄드 링크 회장. 태국승마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사진 비그림

145년 역사를 자랑하는 비그림그룹을 이끄는 하랄드 링크 회장. 태국승마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사진 비그림

외국인이 이 상을 받은 건 대한체육회가 수상 자료를 보관한 1990년 이래로 처음이다. 링크 회장은 "승마는 유일하게 사람과 말, 두 생명체가 교감을 쌓으며 경기하는 올림픽 종목이다. 승마인들 사이에선 좋은 경기를 하려면 '(사람과 말) 두 개의 심장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속도로 뛰어야 한다'고 한다. 필요할 때 도움을 준 것도 기쁘지만, 한국과 태국 양국 간 상생을 추구하며 신뢰가 깊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뜻깊다"고 밝혔다.

대한승마협회는 최근까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승마협회는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비용 마련에 실패하자,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대회에 출전하려면 경비 1억원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때 링크 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비그림그룹은 지난해 10월 승마협회를 후원했다. 덕분에 승마협회는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태국 국적도 보유한 링크 회장은 "태국에서 한국의 위상은 대단하다. 승마, 스포츠는 물론이고 K팝,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문화를 접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후원을 계기로 우리 태국인과 태국 기업도 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용기와 동기부여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랄드 링크 비그림그룹 회장은 "승마는 사람과 말, 두 생명체가 교감을 통해 경기를 펼치는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라고 말했다. 사진 비그림

하랄드 링크 비그림그룹 회장은 "승마는 사람과 말, 두 생명체가 교감을 통해 경기를 펼치는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라고 말했다. 사진 비그림

태국 왕실의 방콕심포니오케스트라 이사장을 맡은 링크 회장은 한국과 문화 협력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영화 '기생충'을 인상 깊게 봤다"면서 "서울시향과 방콕심포니 협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비그림그룹은 창립한 지 145년 된 태국 최고(最古) 기업이다. 비그림그룹은 독일계 이민자인 베르하르트 그림이 개업한 태국 최초의 약국이 모태다. 지금은 에너지를 비롯해 건설·의료·교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다. 링크 회장은 1987년부터 비그림의 수장을 맡고 있다.

2019년 2월 한국법인을 세운 비그림그룹은 지난해 비그림파워코리아의 자본금을 2000억원을 증자하며 한국 사업 확대에 나섰다. 향후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링크 회장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건 1987년이다. 당시 대우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1988 서울올림픽도 초대받았다"면서 "지난 40여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한국을 두 눈으로 직접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노하우를 최대한 태국 사회와 기업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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