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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어가는데…"딸이 그랬다" 운전자 바꿔치기한 무면허 60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무면허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60대가 응급조치도 없이 딸과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해 피해자를 결국 숨지게 했다.

강원 강릉경찰서는 4일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범인은닉교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A씨(61)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9일 오전 10시 30분쯤 강릉시 신석동에서 투싼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B씨(78)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고, 죽어가는 B씨를 차량에 싣고 딸을 만났다. 그는 딸에게 운전대를 맡긴 뒤 병원으로 향했으나,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B씨는 목숨을 잃었다.

A씨는 "딸이 운전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는 A씨로 드러났다.

A씨는 음주운전 전력으로 인해 면허취소 상태였다. 그는 피해자의 유족과 경찰, 보험사에도 딸이 운전했다고 속였다. 하지만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그제야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오다 최근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다만 범죄은닉죄와 관련해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범인을 은닉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규에 따라 딸은 입건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유가족은 "한 가정의 가장이 허망하게 돌아가셨고, 유가족들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가해자가 구속조차 되지 않아 억울하다"며 "가해자를 구속수사하고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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