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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인대 폐막 때 총리 기자회견 없다"…33년만에 폐지

중앙일보

입력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3월 총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3월 총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한 가운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후 열렸던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이 올해부터 개최되지 않는다. 이 행사가 정례화한 지 30여년 만이다.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러우친젠(婁勤儉) 전인대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전인대 폐막식 이후 열리는 국무원 총리 기자회견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올해 총리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러우친젠 대변인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올해 전인대 이후 향후 몇 년간 총리 기자회견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33년간 지속해 왔던 총리 기자회견은 올해부터 중단되게 됐다. 총리 기자회견은 매년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렸던 중국 양회의 주요 행사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 자리에서 총리가 2시간 넘게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중국의 올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주요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 현장은 중국 국영 CC-TV 등을 통해 각지에 생방송 돼 왔다.

지난 2020년 전인대 폐막 후 기자회견 하는 리커창 전 중국 총리. 신화=연합뉴스

지난 2020년 전인대 폐막 후 기자회견 하는 리커창 전 중국 총리. 신화=연합뉴스

1991년 당시 리펑(李鵬) 총리가 처음 시작한 뒤 1993년부터 정례화됐다. 이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고(故)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 등이 진행해 왔다. 리창(李强) 총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총리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 경제, 대만·인구·식량안보·미중 관계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러우 대변인은 총리 기자회견을 없애는 대신 “미디어센터에서는 부장(장관) 기자회견과 ‘부장 인터뷰’(장관이 전인대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받는 방식)의 횟수와 참가 인원을 늘리고, 국무원 관련 부문의 주요 책임자가 외교·경제·민생 등 주제에 관해 내·외신 기자 질문에 답함으로써 정책 조치와 사회적 관심 문제에 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하도록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을 뽑는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마친 뒤 시진핑(왼쪽) 국가주석과 리창(오른쪽에서 두번째)총리 등 신임 상무위원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을 뽑는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마친 뒤 시진핑(왼쪽) 국가주석과 리창(오른쪽에서 두번째)총리 등 신임 상무위원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총리 기자회견의 폐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의 권력 집중과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아진 총리의 정치적 위상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창 총리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성장, 당서기 재임 시절 저장성 당 위원회 비서장 등을 맡아 온 시 주석의 복심이다. 중국 내 여러 정파의 협의로 임명됐던 과거 총리와 달리 리창 총리는 사실상 시 주석 직권으로 임명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권위는 더욱 강해지고 반대로 총리의 파워와 업무 범위는 줄어들었다.

실제로 리창 총리는 지난해 3월 취임 후 전임 리커창 전 총리와 비교해 활동 반경이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창 총리가 지난 1년 간 해외 고위 인사나 경제계 리더를 만난 횟수가 전임 총리보다 적었다”며 “상대적으로 국제회의에 덜 참석했고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리창 총리로선 기자회견을 통해 시 주석 대신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시 주석은 지난해 전인대 폐막식부터 이전에 없던 총서기 연설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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