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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5개월 연속 늘었지만…대중국 무역흑자 '불안한 반전'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초 수출 성적표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대(對) 중국 무역수지(수출-수입)가 최근 흑자로 돌아선 게 한몫했다. 하지만 ‘불안한 반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24억1000만 달러(약 70조원)로 1년 전보다 4.8% 늘었다.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돌아선 뒤 5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가 2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9월 이후 17개월 만에 흑자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출이 66.7% 급증한 영향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하지만 ‘통계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수출 통계는 1년 전과 비교하는데 비교 대상인 지난해 2월 대중 수출(98억8000만 달러)은 ‘바닥’ 수준이었다. 같은 해 1월 대중 수출(92억800만 달러)에 이어 연중 최저 실적이다. 1년 전인 2022년 2월과 비교해 24.2% 줄었을 정도다. 골이 깊어 산이 높아 보이는 전형적인 기저효과(base effect)란 얘기다.

수입이 크게 줄어든 영향도 컸다. 대중 수출은 1년 전보다 2.4% 감소했는데, 수입이 더 큰 폭(14.7%) 줄어 무역수지가 개선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산화 리튬 수입액은 1억6432만 달러로 전년 대비 71.0% 감소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쓰는 수산화 리튬을 거의 전량 수입하는데, 중국산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같은 달 중국에서 수입한 전기차 배터리도 1년 전보다 51.5% 줄었다.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대중 수출의 일등 공신인 반도체 약진에도 숨겨진 그늘이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에서 성장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얘기라서다. 단적으로 지난달 자동차 수출(51억57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7.8% 줄었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고 올해 1월에도 24.7% 상승하다 감소세로 돌아섰다. 2차전지 수출도 18.7% 쪼그라들었다. 지난 1월(-25.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철강제품 수출도 1년 전보다 9.9%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과거처럼 고성장 추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더는 막연한 ‘중국발 온기’에 기대 국내 경기 회복세를 바라기 어렵다는 얘기다. 무협은 지난달 펴낸 ‘최근 대중 무역수지 적자 원인 진단과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에 따라 대중 수출과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을 상대로 과거와 같이 대규모 무역 흑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종 무협 연구위원은 “소비재·서비스 수출을 늘리는 한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출국·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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