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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조카의 난’ 재현되나…차파트너스 “자사주 전량 소각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호석유화학 그룹이 또다시 분쟁에 휩싸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에 지분을 위임하고 주주제안에 나서면서다.

차파트너스는 4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서 ‘금호석유화학 주주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제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차파트너스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금호석유 감사위원회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어 자기주식 소각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과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말 기준 18.4%(약 525만주)의 자사주를 보유한 상태다. 차파트너스의 금호석화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박철완 전 상무와 관계인들의 지분을 위임받아 지분을 10.8%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 중앙포토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 중앙포토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명예회장의 조카다. 2021년 1월 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보유와 특수관계 해소를 선언한 뒤 회사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이후 박 전 상무는 ▶배당 확대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본인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제기했지만, 주총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차파트너스 측은 ‘조카의 난 3라운드’라는 해석을 일축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앞선 경영권 분쟁과 달리) 차파트너스는 사외이사 1인만을 제안했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주주제안은 현 경영진과 박 전 상무 중 누가 더 경영능력이 있는지가 판단 요소였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더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인 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누가 외국인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를 얻을 지다. 박찬구 회장 측의 지분율은 15.7%로 차파트너스 측(10.8%)과 약 4~5%포인트 차이가 난다. 소액주주(25%) 외국인(20%) 국민연금(9.2%)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차이다.

차파트너스 측은 이사 선임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행사 한도를 3%로 제한하는 상법을 활용하면 표 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자사주 소각 역시 앞서 국민연금 등의 선례를 볼 때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균 본부장은 “지난 한 해 국민연금은 노보노디스크 등 해외 투자기업의 정기주총 자사주 소각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며 “국내 기업에 대해선 찬성 안 하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일반주주 친화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금호석화에 대한 주주 행동이 차파트너스의 주장대로 일반주주를 위한 행동주의인지,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의 일환인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에 지분 위임한 배경에 대해 주가를 올린 뒤 지분을 처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박철완은) 개인 최대주주라서 공시 의무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파는 건 어렵고, 경영권이 없으므로 매수 주체를 찾는 것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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