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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워싱턴DC 경선 첫승…'트럼프 대세론'엔 영향 미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이어 왔던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첫승을 거뒀다. 하지만 ‘유의미한 승리’라고 하기엔 경선 초반부터 9연승을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가 너무 커 대세에 영향 미치지는 못할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워싱턴 DC 공화당 경선에서 헤일리 전 주지사는 62.8%의 득표율을 기록해 33.3%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지난 1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이후 열 번째 경선 만의 첫 승리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워싱턴 DC에 할당된 당 대의원 19명을 가져갔다.

헤일리 전 주지사 선거 캠프는 성명을 통해 “이번 승리로 헤일리가 미 역사상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며 “워싱턴 DC의 기능 장애를 가장 가까이서 겪어 온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와 그의 모든 혼란을 거부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는 성명을 통해 “헤일리는 현상 유지를 하려는 로비스트와 워싱턴 DC 내부자들에 의해 막 ‘늪’의 여왕으로 등극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D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전이 예상됐던 곳이다. 개표 전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농촌 지역, 저학력 중심인데 워싱턴 DC는 100% 도시이며 대학 이상 학위 보유 비율도 높다”며 “헤일리가 기대를 걸어볼 만한 곳”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는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기도 하다.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몰표에 가까운 92.15% 득표율을 기록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5.40%에 그쳤다.

‘확보 대의원’ 트럼프 244명 vs 헤일리 43명

다만 워싱턴 DC에 배정된 공화당 대의원 19명은 전체 2429명 중 0.78%에 불과해 트럼프 대세론에 균열을 내기에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위해선 대의원 과반(1215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날까지 트럼프와 헤일리가 확보한 대의원은 각각 244명, 43명으로 격차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선거 캠프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선거 캠프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워싱턴 DC 프라이머리 이후에는 4일 노스다코타 코커스를 치른다. 이어 하루 뒤인 5일은 캘리포니아ㆍ텍사스를 비롯한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 등 16개 지역에서 경선을 치르는 ‘수퍼 화요일’을 맞게 된다. 공화당 대의원의 36%인 874명이 걸린 만큼 최대 승부처다. 수퍼 화요일까지 누적 1071명(44.1%)의 당 대의원이 선정돼 경선 레이스의 반환점에 육박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퍼 화요일에서 기존 흐름을 이어가며 무난히 승리할 거란 예상이 많다. 수퍼 화요일을 고비로 헤일리 전 주지사의 경선 후보 사퇴 압박은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헤일리, ‘트럼프 지지’ 선언 안할 가능성

헤일리 전 주지사는 경선 레이스에서 물러나더라도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헤일리는 3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후보에서 사퇴할 경우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직접적인 답변 대신 “트럼프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후보 지지 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 이제 RNC는 예전 RNC가 아니다”며 “나는 내가 원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온 로라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 의장은 오는 8일 사임할 예정이며 트럼프는 전국위 공동의장에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를 앉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트럼프, 바이든 상대 2~4%P 차 우세

민주ㆍ공화 양당의 대세가 판가름 날 수퍼 화요일이 지나고 나면 시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본선 재대결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여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유리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3일 공개된 3건의 여론조사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다소 높았다. ▶CBSㆍ유고브(2월 28일~3월 1일 조사) 트럼프 52%, 바이든 48% ▶월스트리트저널(2월 21~28일 조사) 트럼프 47%, 바이든 45% ▶폭스뉴스(2월 25~28일 조사) 트럼프 49%, 바이든 47%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1%가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인 지난 2년 동안 경제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오른 수치다. 대선 표심 결정의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경제 이슈와 관련해 유권자들의 평가가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트럼프와 바이든 간 격차가 지난해 12월 4%포인트에서 이번에 2%포인트로 좁혀진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바이든에 대한 표심으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고령 리스크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WSJ 조사에서 ‘바이든(81세) 대통령의 나이가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기에 너무 많다’는 데 응답자의 73%가 동의했다. 트럼프(77) 전 대통령에 대한 같은 답변은 52%였다.

‘트럼프 출마 자격’ 대법원 판결 4일 나올 듯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대법원 건물 앞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대법원 건물 앞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이르면 4일 나올 전망이다. 연방 대법원은 4일 최소 한 건의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3일 홈페이지에 공지했는데, 연방 대법원의 선고일 공지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지지자들의 1ㆍ6 의회 난입을 부추긴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연방 대법원이 수퍼 화요일 전날인 4일을 선고 날짜로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선고 내용은 연방 대법원 홈페이지에 오전 10시 이후 실릴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변론 과정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이길 것 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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