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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가스 중독…이웃·경찰·소방 빠른 대처로 참변 면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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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중독. 연합뉴스

일산화탄소 중독. 연합뉴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위급 상황에 부닥친 조부모와 손자 2명이 경찰과 소방, 이웃 주민의 신속한 대처로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경찰·소방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4시쯤 경남 사천시 곤명면 한 마을에서 다급한 112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옆집 아재가 아침에 전화할 때 머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지금 전화를 안 받고 대문까지 잠겨 있다’는 50대 이웃 주민 신고였다. 경찰은 출동과 동시에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사천경찰서 곤명파출소 경찰관 2명은 평소 차로 약 10분 거리(6.7㎞)에 있는 이 마을에 5분 만에 도착했다. 경찰은 "평소 출동 시간보다 아주 빨리 출동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A씨(70대·남)·B씨(60대·여) 부부가 사는 집은 창문과 출입문이 모두 잠겨 있어 외부 출입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A씨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엌 쪽 창문을 통해 주택 내부를 봐도 사람 움직임은 없었다. 집 안에 A·B씨 부부가 있는지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경찰과 소방대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경남 사천시 곤명면의 한 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쓰러진 A씨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방에는 A씨뿐만 아니라 아내와 손자 2명도 함께 쓰러져 있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경찰과 소방대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경남 사천시 곤명면의 한 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쓰러진 A씨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방에는 A씨뿐만 아니라 아내와 손자 2명도 함께 쓰러져 있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이때 경찰은 현장에 온 다른 주민에게 할머니 B씨의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걸었다. 집 안에서 들릴 듯 말 듯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곧장 소방과 함께 창문을 깨고 집으로 들어갔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지 10분 만에 발생한 일이다.

경찰·소방이 안방 문을 여니, A·B씨 부부가 쓰러져 있었다. 부부 옆에는 손자인 C군(7)과 D군(5)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함께 쓰러져 있었다. 방학을 맞아 지난 주말 부산에서 조부모 집을 찾은 터였다.

할머니 B씨는 새우처럼 구부린 자세로 누워 있었는데,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A씨와 손자 2명도 호흡 곤란과 구토·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눈에 초점이 없고, 말도 못하고, 일으켜 세워도 다리에 힘이 없어 바로 주저앉았다”고 출동했던 경찰은 말했다.

경찰·소방당국은 나타난 증상을 토대로 일산화탄소 등 가스 중독을 의심했다. 이른바 ‘연탄가스 중독’으로 알려진 일산화탄소 중독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에 일산화탄소가 결합, 산소를 제대로 나르지 못해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나타난다.

소방 119구급차.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스1

소방 119구급차.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스1

119구급대는 이들 4명에게 산소를 주입하면서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할머니 B씨와 D군은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에, C군은 사천 삼천포서울병원, 그리고 할아버지 A씨는 전남 순천 성가롤로병원으로 옮겼다. 4명 모두 치료를 받아 생명에 이상은 없다고 한다.

경찰은 난방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을 해보니, 방 구석 마감재 부분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300ppm까지 나왔다"라며 "200ppm에 2~3시간 만 노출되면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이 발생하는데 창문과 출입문이 닫혀 있었던 걸 감안하면 사고 당시엔 700ppm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름보일러도 있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아궁이에 장작을 태우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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