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사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런 분들만 모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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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레이 특별전 및 세계 사진 역사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16일까지, 02-733-6332.

만 레이 ''브란치스의 누아''

누구나 사진작가인 시대다. 휴대전화.디카.수동카메라를 저마다 하나씩 지니고 다니며 자신을 찍고, 가족을 찍고, 아름다운 풍경을 찍는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IT 산업의 발전으로 사진은 우리 생활과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가 됐다. 사진에 대한 각별한 애정 덕인지 사진 전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만레이 특별전 및 세계 사진 역사전'은 사진애호가에게 권해볼 만한 전시다. 전시 작품 대부분이 작가 생전에 직접 프린트하고 친필 사인을 한 빈티지 프린트라 더욱 의미가 깊다.

사진을 논하면서 이 사람을 빼뜨릴 수 없다. 바로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만 레이(1890~1976)다. 20~30년대 사이에 일어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운동의 중심 인물이자 솔라리제이션(필름 현상 때 노출을 많이 줘 흑과 백이 반전되는 기법) 등 다양한 사진기법을 창시한 장본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 한장만 남아있다는 '키키 오달리스크'와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앵그르의 바이올린'등 120여 점을 선보인다. 만 레이는 패션사진이나 누드사진을 즐겨 촬영하면서도 시인.음악가.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점잖은듯 장난기 넘치는 장 콕도의 모습 등 1900년대 초중반 유럽의 예술가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이 밖에도 거리에서 키스를 하는 젊은 연인 등 파리와 파리지앵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로베르 드와노, 누드에 원근법을 적용해 독특한 누드 사진을 선보인 빌 브란트, 이웃 풍경을 생경한 모습으로 포착한 조엘 스턴펠드 등 유명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마치 사진 홍수라도 쏟아지듯 400여 점이 넘는 사진들을 보고 나면, 다리가 아파오고 머리가 띵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명품 사진을 한군데에서 본다는 뿌듯함이 더 클 것이라 단언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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