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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도와 정치가 만나면…듄2, 세계에 보내는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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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 ‘듄’에서 사막 행성의 모래벌레는 침략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지만, 유목민 프레멘과 공생 관계로 그려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듄’에서 사막 행성의 모래벌레는 침략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지만, 유목민 프레멘과 공생 관계로 그려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속편을 모두 뛰어넘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듄: 파트2’(이하 ‘듄2’)에 대한 ‘포브스’ 평가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평가는 100% 만점에 94%로, 3년전 1편(83%)을 능가했다. 한국에선 나흘간 누적 67만 관객(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외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영화를 포함하면 ‘파묘’(2일까지 누적 538만 관객)에 이어 2위지만, ‘듄2’ 영상·사운드를 최적화 관람할 수 있는 아이맥스·돌비관 등 특수관은 20만원대 암표 거래까지 등장했다.

‘듄’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펜하이머’(2023)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듄2’에 대해 “‘스타워즈’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제국의 역습’편과 비견할 만하다”고 호평했지만, ‘스타워즈’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등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에 영감을 준 게 바로 ‘듄’ 원작이다.

미 해군 출신 기자이자 작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가 1965년 펴낸 원작 소설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이다. 종교와 정치의 결탁에 대한 경고를 담으며, SF 장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편견을 깬 걸작으로 꼽힌다. 10191년 미래 우주에서 황제로 인해 멸문한 귀족 가문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이 황제가 통치하는 제국의 식민지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메시아로 거듭나며 원주민 프레멘 반군과 힘을 합쳐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전편에서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와 도망친 폴은 2편에서 프레멘 부족 전사로 합류하며 ‘무앗딥’이란 새 이름을 얻는다. 무앗딥은 사막에서 스스로 물을 구하는 캥거루 쥐이자, 밤하늘 길잡이 북극성이란 뜻이다. 이성적인 북부 프레멘과 달리 남부 근본주의자들은 폴이 예언 속의 외계 예지자 ‘리산 알 가입’이자 구원자 ‘마디’라 믿고 숭배하게 된다. 또한 제국의 막후 실세인 종교 집단 ‘베네 게세리트’ 일원인 제시카는 아들 폴이 베네 게세리트가 90대에 걸친 유전자 교배로 얻고자 한 초월자 ‘퀴사츠 해더락’이란 걸 증명하려 한다. 거대한 모래 벌레와 환각물질 ‘스파이스’가 공존하는 메마른 사막에서 북부 출신의 프레멘 전사이자 폴의 연인 챠니(젠데이아)는 폴이 메시아이자 권력자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경계의 시선으로 지켜본다.

프레멘 전사 챠니(젠데이아).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프레멘 전사 챠니(젠데이아).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편이 팬데믹 시기 전 세계 4억3480만 달러(약 5808억원) 흥행을 거두며 3편까지 연출권을 확보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지난달 내한 간담회에서 “카리스마적 지도자, 종교와 정치가 결탁할 때 광신도 집단이 생기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원작 속 경고의 메시지에 충실했다. 허버트가 이를 강조한 후속 소설 『듄의 메시아』도 읽었다”면서 “결국 ‘듄’은 한 청년이 타고난 배경, 유전적인 모습들을 버리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나고 자란 캐나다 퀘벡은 1960년대까지 종교의 정치적 힘이 셌다. 제도와 종교의 분리를 꾀하는 청년들의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고, 이런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듄2’에서 폴은 “가진 게 없어서 공포를 무기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같은 대사의 토대가 된 원작의 풍부한 상상도 현실이 뿌리가 됐다. 허버트는 6년에 걸쳐 『듄』의 세계관을 구상하며 200권 넘는 책과 삶의 경험을 총동원했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 이모들에게서 베네 게세리트를, 러시아 제국에 저항한 아랍 반란군의 성전에서 프레멘 반란의 단초를 얻었다.

지배권 전쟁을 촉발하는 스파이스는 석유의 은유다. 『듄』 원작에서 제국주의 권력에 항거한 폴의 가문이 신적인 숭배 대상이 되는 미래를 1985년 단편 ‘듄으로 가는 길’에서 냉소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영화에선 이런 주제가 3편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빌뇌브 감독은 ‘듄2’에서 원작에선 3년에 걸쳐 벌어졌던 폴의 메시아 등극 여정을 수개월로 단축하고, 연인 폴의 변화를 우려하는 챠니를 원작보다 더 비중 있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그렸다. 그는 최근 영국 영화잡지 ‘리틀 화이트 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듄3’은 1969년 나온 소설 『듄의 메시아』가 기반이 될 것”이라며 “‘듄’ 3부작을 만드는 건 영화감독을 꿈꿀 때부터의 오랜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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