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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기다리는 투어 우승…올해는 욕심 좀 내볼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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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3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합계 9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른 이미향. 2013년 투어에 데뷔한 뒤 통산 2승을 거둔 베테랑 이미향은 “올 시즌 출발이 좋은 편”이라며 세 번째 우승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합계 9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른 이미향. 2013년 투어에 데뷔한 뒤 통산 2승을 거둔 베테랑 이미향은 “올 시즌 출발이 좋은 편”이라며 세 번째 우승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약속의 땅’이란 수식어가 올해는 통하지 않았다.

역대 15차례 대회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모두 8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이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2008년 출범 이후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었지만, 올해 대회에선 정상을 내주고 말았다.

2022년과 지난해 잇달아 우승을 차지했던 고진영(29)은 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6749야드)에서 끝난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합계 7언더파 공동 9위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기록한 단독선두 후루에 아야카(24·일본)에 4타 뒤진 채 출발해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잇달아 뼈아픈 보기를 범하면서 3연패 달성이 무산됐다.

고진영과 함께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최혜진(25)은 후반 들어 샷이 흔들리면서 합계 5언더파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2021년 챔피언인 김효주(29)는 마지막 날 1타를 잃어 합계 3오버파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호주의 한나 그린(28)이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린은 합계 12언더파로 셀린 부티에(31·프랑스)와 동타를 이뤘지만,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끝내기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우승 상금 27만 달러(약 3억6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2019년 정상을 밟은 박성현(31)을 포함해 한국 선수의 5년 연속 우승(2020년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은 무산됐지만, 데뷔 12년 차의 베테랑 이미향(31)은 끝까지 선전했다. 마지막 날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로 5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공동 3위 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이미향은 경기를 마친 뒤 “오늘 출발이 좋아서 내심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이렇게 리더보드 상단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다. 파5 16번 홀에서 이글을 잡은 뒤 파3 17번 홀 버디 퍼트까지 들어가 막판에 욕심을 냈는데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로 가면서 보기가 나왔다.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며 활짝 웃었다.

고진영, 최혜진, 김세영(왼쪽부터 순서대로)

고진영, 최혜진, 김세영(왼쪽부터 순서대로)

1993년생인 이미향은 골프 애호가인 아버지를 따라 4세 때 처음으로 클럽을 잡았다. 학창 시절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고, 2012년 LPGA 2부 투어 상금 순위 6위에 올라 이듬해 1부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17년 스코티시 여자오픈에서 다시 정상을 밟았다.

이후 7년 가까이 우승하지 못한 이미향은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뭔가를 조금만 못하면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그치고 있더라. ‘조급함을 버리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자신감을 찾자’고 다짐했다. 그랬더니 올 시즌 출발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미향은 올해 처음 출전한 1월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35위를 기록한 뒤 지난달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20위로 점프했다. 상승세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전반 9홀에선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3타를 줄였고, 후반에는 퍼트가 살아나면서 이글까지 잡았다. 이미향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집 근처에서 동계훈련을 했다. 이전까지는 샷을 똑바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동계훈련을 하면서 좋은 리커버리로 실수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LPGA 투어에서 10년 넘게 생존하고 있는 이미향은 또 “7년 동안 우승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순위를 올리는 데 급급했는데 이제는 우승을 바라볼 만한 컨디션이 된 것 같다. 올 시즌 꼭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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