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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다 생각하면 큰 오산"… 의사 집단궐기에도 강경한 용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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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대 정원 확대는 타협할 수 없는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란 입장을 밝혔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대 정원 확대는 타협할 수 없는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란 입장을 밝혔다. 사진 대통령실〉

“과거 정부처럼 물러날 것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사 총궐기대회’와 관련해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의약분업(2000년) 이나 원격의료(2014년), 코로나19 당시 의대증원(2020년) 모두 의사들이 실력 행사에 들어가면 정부가 백기를 들기 바빴다”며 이런 말을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통령실은 이날 1만2000명(경찰 추산)의 의사들이 나온 거리 투쟁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후 MBN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입장)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오후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적으로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망설임 없이 (법적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대통령실은 제약회사 직원이 의사 집회에 강제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및 9.4 의정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및 9.4 의정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내에선 이런 강경 입장 고수의 배경으로 세 가지 이유 정도가 거론된다. 우선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고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의 열악한 의료 여건과 응급실 뺑뺑이로 드러난 필수의료체계의 붕괴와 관련해 “결국 의사를 묶고 줄였기 때문”이라며 “안 그래도 부족한 의사가 비급여 진료에만 몰려있다. 일단 수를 늘리지 않고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대 개혁만큼 의대 증원도 절박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 이슈와 맞물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함께 오르고 있다. 한국갤럽이 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취임 두 달째인 2022년 6월 5주 조사 당시 43%를 기록한 이후 20개월 만의 최고치다. 긍정 평가의 이유로는 의대 정원 확대(21%)가 1위였다.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2020년 9월 4일 한정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민주당사에서 열린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과 의협 간 합의안에는 의료계에서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걸어 온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스1

2020년 9월 4일 한정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민주당사에서 열린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과 의협 간 합의안에는 의료계에서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걸어 온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스1

또 다른 이유로는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에 나섰을 때와 비교할 때 의료 수요가 적다는 점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고, 의료계의 집단 휴진 15일 만에 철회했다. 코로나19 응급환자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정부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대통령실은 당시와 달리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도 의료 대란은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총리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경증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30% 넘게 줄어들어 병원들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현장을 떠난 인턴·레지던트가 수련하는 빅5 등 주요 병원이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부분은 감수할 각오도 하고 있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총리의 모두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총리의 모두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대통령실과 정부는 법적인 문제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제36조 3항과 의료진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의료 현장을 떠날 수 없다는 의료법 등이 현재 정부 대응의 근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권과 의사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권 중 국민의 생명권이 우선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익의 균형과 비례성 등을 따졌을 때 법원이 의료현장을 떠난 의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며 “과거 집단행동을 통한 승리의 경험이 오히려 의사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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